반짝이는 여인들 / 박성희
반짝이는 여인들
수필가 박 성 희
반짝반짝. 찰랑찰랑. 샤르락샤르락.
여인들은 하나같이 반지를 꼈다. 귀고리를 달았다. 목걸이를 걸었다. 코걸이와 팔찌, 발찌, 발가락찌도 하고 있다. 그것도 모두 양손 양귀 양코 양발과 양발가락에 몇 개씩 주렁주렁하고 있다.
그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액세서리들은 반짝반짝 빛났고, 찰랑찰랑 흔들렸고, 샤르락샤르락 소리가 났다. 앙증맞거나 과감하다. 예쁘다. 멋스럽다. 절묘하게 어울린다. 짙은 흑색 여인의 얼굴을 한층 빛나게 하는 보석들. 순도 백 퍼센트의 금, 은, 진주, 루비, 사파이어. 언제 어디서나 끼고 있다. 심지어 잘 때도 그녀들은 그런 쥬얼리를 하고 잔다. 그중에서도 황금은, 계급에 상관없이 착용하고 선호하고 욕망하고 있다. 거리의 늙은 거지도 금색 꽃모양의 코걸이와 귀걸이만큼은 화사하게 빛났다.
여인들은 때로 다양한 형태로 변환된 메탈, 큐빅, 크리스탈, 색색의 구슬, 자연을 소재로 한 직물이나 가죽을 수공예로 만든 독특한 것들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어린애나 학생들도 자유롭게 하고 다닌다.
어디선가 꽃냄새가 물씬 풍겼다. 아카시아 냄새 같고 장미 냄새 같다. 주변에 누군가가 머리에 꽃을 꽂았다는 증거다. 뒤돌아본다. 역시 저만치서 여인이 꽃을 꽂고 있다. 숱 많은 검은 긴 머리를 땋거나 묶어서 그 위에 꽃다발을 달아주는 것이다. 주황, 화이트 재스민이거나 노랑이나 빨간 장미다. 거리엔 그런 꽃을 목걸이처럼 만들어 파는 장사꾼들이 많다. 머리에 꽃을 꽂으라고. 신전에 갖다 놓으라고. 하루종일 행복하라고.
아래층 여인과 잠깐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수려한 얼굴에 무척 귀티가 났다. 그녀의 샛노란 실크 사리에는 금박, 은박, 화려한 꽃그림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마에는 빈디 위에 특이한 문양의 보석이 박혀있고, 양손과 팔에는 고동색 장갑을 낀 것처럼 레이스 무늬의 타투를 하고 있었다. 온몸에는 온갖 장신구와 함께 고급스러운 향수냄새가 풀풀 났다. 어디를 가느냐고 했더니 남편 마중하러 주차장에 가는 중이란다.
그랬다. 인도, 그녀들은 온몸에 치렁치렁한 장신구와 에스닉풍의 사리와 츄리다르 라는 옷과 숄에 금빛, 은빛, 꽃이나 다양한 무늬가 들어간 천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감싸고 있었다. 거리의 청소부나 메이드도 마찬가지다. 선명한 원색과 화사한 파스텔 톤, 그리고 다채로운 색깔과 패턴들. 레이스, 시폰, 망사, 피륙에 섞인 금실, 은실, 금박, 은박, 스팽글로 장식된 옷감들은 염야하고 화려하다. 다만 신분격차에 따라 장신구와 옷의 질감에 차이가 있고, 색상의 명암이 다르며 고급이냐 저급이냐 하는 변화가 있다.
여인들의 장신구속에는 오묘한 증표가 있다. 양발 두 번째 발가락에 발가락찌를 한 여인과 힌두교도 중에 미간에 찍은 빈디 위의 머리숱이 나오는 곳에 한 번 더 빨갛게 빈디를 찍은 여인은 ‘난 결혼 했어요.’하는 신호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여인들이 부자유스럽고, 속박 속에 있는 듯 보여 지는지. 결혼을 했으니 안하고 싶어도 하고 살아야하는 발가락찌와 숨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여인들이 입고 다니는 치렁치렁한 옷과 장신구들, 발목까지 오는 바지, 긴 숄, 긴 머리가 답답하고 불편해 보인다. 화려한 장신구와 옷 속에 갇혀져 구속 되어진 느낌. 하지만 그녀들은 오히려 당연시 자연스럽게 받아드린다. 하나의 문화로, 패션으로, 기호로 즐기고 있다.
요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 천으로 꼭꼭 싸매고 다니던 이슬람교도 여인의 의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각양각색의 색깔과 반짝임이 들어가 있다. 칙칙하고 거부감 느껴지던 검은 옷이 생기 있게 반짝거려 한결 친근하게 보인다.
나도 인도 여인처럼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반짝반짝하는 사리나 츄리다르를 사 입고, 이마에 빨간 점찍고, 코에 구멍을 뚫고, 갖은 액세서리를 온몸에 주렁주렁 달고, 파시미나를 휘날리며 당당하게 거리로 나가볼까.
(2013. 12. 6.글완성)
.........2013. 12.12일자 코리안뉴스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