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랑에세이집 [ 나에게 마법걸기 ]

모든 진지한 바람은 마법처럼 반드시 이루어진다! 순간순간 살며 사랑하며 부여잡고픈 기억을 담다!

코리안뉴스 내작품

신발, 사탕, 자동차 / 박성희

연지아씨/박성희 2012. 7. 25. 23:55

 썸네일

                                                   신발, 사탕, 자동차

                                                                                                              수필가/ 박 성 희

“나도 불 나오는 신발 신고 싶단 말야!”
녀석의 욕망이 폭발 할대로 폭발했다. 친구들은 때마다 새 신발을 신었고, 움직일 때마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나오는 신발을 자랑했다. 녀석은 늘 속으로만 훌쩍였다. 약이 올랐다. 이젠 더 이상 못 참았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형이 신었던 헌 신발만 쭉 신었다. 낡은 신발도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듯 말라비틀어진 빵처럼 뚝뚝 부서져 나갔다.
“너 마음에 드는 것 골라 봐.”
녀석은 오색 불빛이 화려한 캐릭터 운동화를 집었다. 신어 보니 더욱 마음에 쏙 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활발히 빛나는 불은 환상이었다. 막 뛰어보았다. 폴짝폴짝, 빙글빙글 돌아도 보았다. 얼굴에도 반짝반짝 행복불이 켜졌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집에 와서도 녀석은 꼼짝 않고 신발만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한밤중에도 물 마신다고 하고 만져보고, 쉬 하러 간다고 하면서 또 만져보고, 괜히 들락날락하며 툭툭 건드려본다. ‘와, 완전 좋다.’
“자꾸 만지면 불 안 나온다.”
“아니,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거라니까!”

슈퍼 입구에는 무지개색 막대사탕들이 꽃다발처럼 꽂혀있다.
녀석은 지나갈 때마다 사탕 생각이 났다. 은근히 슈퍼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엄마와 그 곳에 갈 일이 생겼다. 녀석은 오늘은 꼭 사탕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엄마는 어느새 계산을 하고 휙 돌아섰다.
“엄마, 나 왜 사탕 안 사줘?”
“사탕은 몸에 안 좋아.”
녀석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 뚝 떨구었다.
“그럼 딱 한 개만 골라 와.”
녀석은 금세 달빛처럼 환한 얼굴로 기회는 이 때다, 하고 딸기사탕, 오렌지사탕, 레몬사탕, 수박사탕, 사과사탕, 자두사탕, 포도사탕을 종류별로 두 손 가득 움켜쥐었다.
녀석은 하루종일 행복을 붙들고 싶어서인지 혀끝으로만 날름날름 빨기만 한다. 그리곤 놀이터 갔다 와서 한번, 장난감 갖고 놀다 한번, 밥 먹다가 한번, 오며 가며 사탕 봉지만 들여다본다.
“말 잘 들은 날만 한 개씩 먹기로 약속 한 거다.”
“사탕이 도망갔나, 안 갔나 세어 보기만 하는 거래두!”
“엄마, 근데 나, 나 딱 한 번씩만 빨아보면 안 돼?”

아빠차를 타고 유원지로 놀러 갔다.
근처에는 개미떼처럼 어린애들이 전동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신나게 타고 있다. 붕붕, 빵빵 소리와 함께 깔깔 대는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나도 타고 싶다. 나도, 나도 엄마.”
엄마는 형에게만 4륜구동 오토바이를 대여해 주고, 싹 돌아섰다.
형은 정말 선수처럼 폼 나 보였다. 녀석은 대여소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푹 주저앉았다. 괜히 심통이 났고, 서러워 눈물이 났다. 엄마는 늘 형만 챙긴다.
녀석은 그냥 그 자리에 발랑 누워버렸다. 눈물, 콧물이 펑펑 쏟아졌다.
“너는 어려서 위험해.”
“나도 타보고 싶단 말야!”
녀석은 생전 처음 생떼를 써서 노란색 자동차 운전석에 앉았다. 처음 타보는 건데도 겁도 없이 신나게 내달렸다. 몽땅 내 세상이었다. ‘아, 나도 아빠처럼 운전할 수 있다. 누가 못할 줄 알고!’ 씽씽, 쌩쌩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이 세상 최고의 스릴이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
“엄마, 나 이제 산타할아버지한테 스마트폰 말고, 진짜 차 선물로 받았으면 좋겠어. 내일은 빨간색, 모레는 파란색 자동차 태워주기다?!”


...............복사시 저자의 이름을 필히 넣으시오................(코리안뉴스지 2012.7.26일자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