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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뉴스 내작품

망고 탐닉 / 박성희

연지아씨/박성희 2014. 5. 10. 23:06

 

 

 망고 탐닉

 

                                                박 성 희

 

 

  너는 필시 태양의 자식?

  아니면, 숨겨놓은 애인?

 

  가장 뜨거운 달 오월. 망고, 그 달콤하고 향기로운 과즙이 내 입으로 흘러내리는 시간. 폭풍처럼 달려든 입맞춤의 시간. 은밀하면서도 강렬하게 온몸이 녹아드는 시간. 너의 냄새, 너의 단물, 너의 육질, 너의 모든 것들이 내 몸으로 스미는 때. 너를 완전히 삽입하는 때. 황홀해 지는 때.

  태양을 품은 너를 탐한다. 너를 취해서 태양을 삼킨다. 너의 정기를 받을 수 있도록. 허기진 배 위로 받을 수 있도록. 지천으로 망고나무가 즐비하고, 그 즐비한곳에 망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 장사꾼들이 널려있다. 붉은 색, 초록색, 노란색 망고. 나는 많은 망고 중에서 눈부신 황금빛 히마빠산 망고를 고른다. 꿀 같은 진액이 주르르 흘러내린 자국이 있는 너를 비닐봉지 가득 사가지고 집으로 달린다.

  심장 모양을 한 망고는 봉지 안에서 뜨끈뜨끈하다. 그의 심장이 그랬던 것처럼. 괜히 가슴이 뛴다. 숨결이 느껴진다. 햇살과 바람과 달의 기운을 머금고, 망고나무의 수액을 머금은 너의 숨결. 천지간의 신이 너를 낳고, 하늘나라 요정이 지켜줘서 온갖 해충과 시기꾼들로부터의 투쟁에서 피워낸 인고의 열매. 남몰래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던 그때의 그를 만난다.

  나는 잽싸게 망고를 씻고 껍질을 벗긴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노란 속살 속속들이 노란 단물이 잔뜩 고여 있다. 허겁지겁 입으로 갖다 댄다. 호흡이 빨라진다. 너의 향기가 톡톡 퍼지고, 과즙이 뚝뚝 떨어진다.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달콤함. 상큼함. 황홀함. 그와의 키스 맛이 이랬던가.

  단물이 질질 흘러내린다. 입술에 손에 온통 미끄덩한 단물투성이다. 이 순간 오로지 망고에만, 그에게만 집중하겠다.

  망고 한 입 먹을 때마다 나는 한걸음씩 망고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푸드덕거리는 새들과 유희하고, 망고꽃 벙글벙글 필 때 꽃 즙 신나게 빨아먹던 온갖 곤충들 만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뻗친 햇볕 속에서 바람 소리, 땅의 숨소리, 창처럼 생긴 나뭇잎들의 수다를 듣는다. 수천, 수 만개의 커다란 망고는 놀러온 구름이, 교교한 달빛이, 영롱한 별빛이 봐주어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이 환희의 절정이 되어 흐뭇이 어두운 곳 밝히는 전등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한걸음 더 들어가면 그 그늘에 앉아 평안을 찾았다던 부처님 떠오르고, 민속행사와 종교의식에 올려놓았다는 인도의 제단 떠오르고, 신혼 여행지에서 처음 먹어봤던 그날 밤이 떠오른다. 도마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원숭이가 킥킥거리고, 앵무새가 뚫어져라 쳐다봤던 열대야의 잠 못 이루던 밤.

  푹푹 찌는 이 계절, 망고가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달콤함으로 꽉 찬 과육의 감촉. 흥건한 과즙과 함께 내 입안에서 감치며 씹힐 때 느껴지는 절정의 맛. 그 신선하고 산뜻한 맛이 입에서 온몸으로 퍼질 때의 충족감은 희열에 도달해 무한한 망고 사랑에 이른다.

  지금은 다른 어떤 과일도 나를 홀리지 못한다. 그토록 좋아했던 오렌지, 파파야, 바나나, 파인애플, 사과, 배, 무화과, 석류, 수박, 포도, 그리고 더 많은 열대과일들이 어디서나 쉽게 싼 가격으로 제각각의 향기를 내뿜으며 나를 매혹하지만 못 본체한다. 마치 한사람에게 필이 꽂힐 때 그 어떤 사람도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햇볕이 강할수록 망고는 더욱 달콤하게, 달콤하게 익어간다. 그를 향한 내 사랑도 달콤하게, 달콤하게 익어간다. 망고 속살 깊이 박힌 갈비뼈에 붙은 과육 한 점, 과즙 한 방울도 남김없이 쪽쪽 빨아먹고 핥아 먹는다. 망고는 즐거웠다. (20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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