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샤
박성희 수필가
세상일이 내 맘대로 되면 얼마나 좋으리.
역경에 몰렸을 때 행운의 신이 손잡아주면 얼마나 좋으리.
몸은 사람인데 얼굴은 코끼리다. 네 개의 팔을 가졌고, 툭 내민 배는 뱀이 칭칭 감겨있다. 그리곤 쥐를 타고 있다. 이 요상한 신의 이름은 가네샤. 지혜와 행운을 주는 신으로 힌두교 최고의 신이다. 신도들은 중요한 사업을 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신에게 정성껏 공양하고 기도한다.
매년 8월말에서 9월초는 가네샤 차투르티의 축제기간. 열흘 내내 여기저기서 힌두교인들이 몰려다니며 가네샤가 태어난 이때를 축복하고, 밤마다 폭죽이 터지며 화려한 불꽃이 팡팡팡 피어난다. 새벽부터 기도소리는 더욱 요란해지고 음악은 거리를 꽉 메운다.
거리마다 커다란 가네샤 상엔 다양한 색깔의 꽃들과 네온사인으로 반짝이고, 집에다 모셔놓으라고 금빛 가네샤 조각상을 만들어 팔고 있다. 나도 이때는 이마에 붉은 빈디를 찍어보고 싶고, 사원에 가서 기도 하고 싶다. 가네샤를 집에 두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기념으로 작은 가네샤 조각상을 사가지고 왔다.
시바신과 파르바티신 사이에서 태어난 가네샤. 어느 날 어머니 파르바티가 목욕을 하러 가면서 아들 가네샤에게 문을 지키라고 했는데, 가네샤는 아버지 시바신 마저 못 들어가게 막았다. 격분한 아버지는 아들의 목을 쳤고, 어머니는 크게 노했다. 시바는 아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기 앞에 맨 먼저 지나가는 코끼리의 머리를 쳐서 얼른 가네샤 목 위에 얹었다.
인도 곳곳에 있는 사원과 신도들 집 앞에는 초크로 힌두 전통 문양을 그려놓고, 신을 모셔놓은 방에는 가네샤의 그림과 조각상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이 신에게 온갖 과일과 꽃을 바치고 특유의 향을 피우며 정성껏 기도한다. 신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애들이 힌두교도 집 가네샤를 모신 신방 앞에서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그날그날 과외비를 주는데 하루는 과외비를 받지 않겠다며 되돌려준다. 왜 그러냐고 하니, 애가 공부를 하기 싫은지 잘 가르치지 못했다고 한다. 신이 보셨다는 거다. 신을 믿는 사람으로서 양심에 거슬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힌두교 신전에서는 가네샤를 믿고, 절에 가면 부처님을 믿고, 교회를 가면 예수님을 믿고, 성당에 가면 성모마리아를 믿고, 우리를 내려다보는 저 하늘 하느님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집 현관 앞에 붙여놓은 달마대사님도 믿는다. 뼈저리게 힘들었을 때 간절한 기도와 함께 소원을 써놓고 그려놓은 내가 만든 주문. 나는 고난에 처했을 때마다 이 신들에게 기도를 한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신을 믿는다. 내가 사람들의 신분을 막론하고 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귀듯 모두 다 받아들인다. 그가 잘났건 못났건, 빈부를 가리지 않고, 이슬람교도인이거나 브라만족이거나 불가촉천민이라도 똑같이 대해주고 상대한다.
종교의 본질은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않는 것.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만남을 기억한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고, 존경하며, 주고받은 우애. 얼마나 아름다운 소통인가.
어떤 종교는 같은 종교끼리도 파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이단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자신의 교만 옳고 최고라고 주장하고, 남의 교는 옳지 않다고 하고 신이 아니라고 무시한다. 그리곤 아무렇게 살아도 자기 교만 믿으면 면죄가 되고, 천국을 갈수 있다고 꼬드긴다. 삶을 살기 위해 살지 않고, 죽음을 위해 사는 것 같다.
힌두교의 구원은 불교와 같은 윤회와 해탈이다. 영혼의 길, 죽음 이후의 삶은 업보(karma)에 의해 결정된다. 수행과 선행을 하는 전생은 높은 카스트가 되고, 죄를 짓고 살면 낮은 카스트가 된다는 것이다. 해탈(moksha)은 인간 실존의 모든 고통, 악, 욕망, 분노, 쇠약, 죽음, 업보, 윤회, 속박을 끊고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나는 창조적이고 무한한 선택으로 가득 찬, 내가 존재하는 현재를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의 것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삶이 가장 중요하며,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꾸려가며, 좋은 업을 쌓으며 살리라. 모든 것은 하늘이 지켜보고, 복과 벌로 판정하시리라.
언제나 저에게 지혜와 행운을 주세요, 쉬리 가네샤!
(2014.9.12.씀)
..................................<korean news>newspaper 2014.9.18.일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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