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왈리
박 성 희
땅. 땅. 땅. 탕. 탕. 탕.
총성이었다. 대포 터지는 소리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빛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잠잠했던 심장이 폭죽소리에 들썩거렸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공중에서 팡팡 피어날 때마다 흥분됐다.
폭죽을 터뜨리는 인도인들은 경건했다. 신께 경의를 표하고, 건강과 부, 지식, 명성, 평화를 얻기 위한 일종의 기원이었다. 폭죽은 디왈리 일주일 전부터 터뜨리다가 디왈리날 밤 진수를 드러냈다. 팡 소리와 함께 수려한 꽃처럼, 눈꽃처럼 반짝이다가 민들레 홀씨처럼 홀연히 사라지다 다시 팡, 불꽃들이 반복해서 터졌다.
밤새도록 불빛축제는 계속됐고, 새벽에도, 푹푹 찌는 한낮에도 계속됐다. 도심이든 시골이든 인도 전체가 빛의 향연에 빠졌다. 땅. 땅. 땅. 탕. 탕. 탕. 따다다닥 딱딱. 악의 기운이 폭죽 소리에 놀라 멀리 도망가라고, 무지는 가고 지혜와 선을 달라고, 지금 우리 인간들은 이렇게 즐겁다고 신께 알리는 것이다.
디왈리 때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폭죽을 사는 일이다. 큰 폭죽부터 작은 폭죽까지 온 식구들이 불빛축제를 할 수 있게 한다. 전날엔 힌두 신들을 환영하기위해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건물 입구와 집 앞에는 화려한 꽃모양 장식이 치장되고, 토기로 만든 등잔 디야스엔 촛불이 켜지고, 전통 문양 랑골리를 색색의 모래로 그려놓는다. 신께 드릴 단 음식 스위트도 준비한다.
애들은 학교에서 디야스를 꾸며서 가져오고, 남편은 스위티를 받아오고, 나는 피넛, 캐슈넛이 들어간 견과류를 받았다. 우리는 직원들과 집 드라이버에게 백퍼센트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나도 온 집안에 불을 밝히고, 디야스에 불을 켰다. 장미 냄새가 나는 향도 피웠다. 빛 속에서 등잔불은 펄럭거렸고, 향내는 은은하게 집안 곳곳에 퍼졌다. 마음속으로 재물과 부의 여신인 락슈미에게 기도를 드렸다. 땀 흘린 만큼 부유함을 달라고. 가족의 안녕과 성공하게 해 달라고.
바깥은 쉼 없이 전쟁터 마냥 폭죽소리로 덮쳐졌다. 불빛축제로 난리였다. 땅위에서 따따따 터지는 불꽃, 어른 키만큼 솟아오르는 불꽃, 공중을 가르는 불꽃, 저 먼 하늘까지 닿고 싶어 올라간 불꽃, 불꽃, 불꽃. 내 마음의 불꽃도 저 신들이 사는 세상까지 태워 올려 보냈다. 부정적이고 나쁜 것은 다 타버리고, 긍정적이고 좋은 것만 내게 와 달라는 주문도 했다.
디왈리의 신화는 힌두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라마왕이 14년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환한 것을 축하한데서 시작됐다. 악에 대한 라마왕의 승리,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 거짓과 무지에 대한 진실과 지식의 승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날, 힌두 달력 여덟 번째 달 초승달이 뜨는 날을 중심으로 5일간 집과 사원에 등을 밝히고,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빛을 발하는 날이며,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며, 가장 큰 명절날이기도 하다. 애들 학교도 이 때 새 학기를 맞는다.
디왈리 전날 새해 설빔을 사러 시내에 나갔었다. 상가에는 전통복과 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건물들은 모두 화려하게 반짝이는 등을 달아 뽐을 내고, 각 가정집 베란다에도 한껏 멋을 낸 조명들이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도로엔 온통 사람, 릭샤, 오토바이, 자전거, 차로 꽉 메워져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모두들 디왈리로 들떠 있었다.
땅. 땅. 땅. 탕. 탕. 탕. 따다다닥 딱딱... . 진정, 선하고 순수한자들에게 축복이 내릴지어다! 신들이 그대들을 보살펴 줄지어다!! (2014.10.29.)
...........<코리안뉴스> 2014.11.6.일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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