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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뉴스 내작품

[스크랩] 오만한 그녀 / 박성희

연지아씨/박성희 2015. 3. 6. 20:15

 

 

 

오만한 그녀

                                                                                                                         박성희(연지아씨)

그녀의 속옷은 무슨 색깔일까.

발은, 몸매는, 머리 모양은 어떨까.

얼굴만 살짝 내놓고, 온몸을 온통 검은 천으로 감싸 그녀. 베일에 싸인 그녀의 내부가 궁금하다. 그렇게 싸매고 다닐 바에야 굳이 미인이냐, 맵시가 좋으냐를 따질 필요는 없겠다. 아예 눈만 내놓고 숨기기도 하니.

그녀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아라비아에서 마호메트가 창시한 종교. 오직 유일신 알라를 숭상하고 신께 복종한다. 다른 우상 숭배는 금한다.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나라 오만. 거기서 아랍인 그녀. , , 입만 보면 그렇게 미인일 수가 없다. 얼굴이 큰지 작은지, 목이 긴지 짧은지, 머리카락이 곱슬머리인지 생머리인지, 귀가 예쁜지 예쁜지 없다. 몸매 또한 날렵한지 아닌지 모른다.

중동지역 남편도 키가 훤칠한 미남이다. 자주 그를 보지만 아직 그의 다리를 적이 없다. 언제나 원피스 같은 옷이 그의 발등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줄줄이 낳은 명의 어린애들도 오목조목 인형같이 생겼다. 자유복 차림이지만 딸들의 옷차림은 정숙하게 보인다.

인도 나이로 6살인 우리 둘째 아들이 그녀의 아들과 같은 반이라서 매일 만난다. 집에서 놀고, 밖에서도 놀고, 하루 종일 붙어있어서 그녀와 수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순간도 꽁꽁 싸맨 그녀의 검은 복장이 흐트러지거나 베일이 벗겨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머리카락 , 발끝조차 적이 없다. 머리는 언제나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있고, 겹겹이 치렁치렁한 이슬람교도 복장이 땅을 질질 끌고 다닌다. 사계절 내내 무더위에도 불평하거나 거추장스러워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 나오는 신앙과 일상생활의 규범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속눈썹은 마스카라로 올린 보다 많고 볼륨 있게 올라가 있어 화장기 없는 얼굴이어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오만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있다가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이곳으로 왔다.

일곱 살짜리부터 살짜리까지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지도 않은지 그녀는 미소 짓고 있다. 덩달아 아이들 표정도 밝다. 애들끼리는 싸우기도 하고 생떼도 부리는데, 그녀의 애들은 번도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타협하고 즐겁게 노는 것에 목적을 것처럼 보인다. 우리 아이도 식구처럼 무리가 되어 놀고 있다. 수줍어하고 말을 못했던 아들은 자신만만해졌고, 영어도 봇물 터지듯 터졌다.

종일 그녀의 식구들과 놀다 깜깜한 밤이면 돌아오는 아들에게 슬며시 물어본다.

“동윤아, 걔네 엄마 집에서 어떻게 하고 있어? 옷은 벗어? 머리는? 소린 질러? 엄마가 이뻐, 걔네 엄마가 이뻐?

“몰라.

아무리 물어봐도 녀석은 , 웃기만 한다. 아무래도 그녀, 자기애처럼 보살펴 준게 틀림없다. 소리 지르고, 간식 챙겨주고, 웃어만 준게 영락없다. 아니면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거나.

우리 아들이 매일 그녀 집에서 놀다 오는 고맙고 미안해서, 가끔 한국라면 냄비를 끓여다 준다. 빈대떡과 잡채 호떡도 해다 준다. 그러면 그녀는 짜파티를 직접 만들어오고 커리를 냄비 해오거나, 스파게티, 와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온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니 오늘도 그녀, 놀이터에서 애들을 지켜보고 있다. 깜깜해지자 아들을 데리러 놀이터로 갔다.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캐나다에서 살다온 인디안, 한국인인 내게 그녀, 오만한 미소를 짓는다. 너희들이 알라신을, 코란을 아느냐, 하는 웃음 같았다. 우리는 가슴이 파인 옷을 입었거나 짧은 원피스 차림이었다. 다리 허옇게 놓고 있었다. 지나가는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클럽하우스에서 남자 여자 섞여서 운동하는 것도 의아해한다.

집에 와서 그녀의 미소의 의미를 알게 됐다. 다리가 온통 모기에 뜯겨 있었다.

 

 

 

 

 

 

출처 : 캐나다 한국문인협회(KWAC)
글쓴이 : 소교(박오은) 원글보기
메모 : 2015.3.5.korean news. Newspaper.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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