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랑에세이집 [ 나에게 마법걸기 ]

모든 진지한 바람은 마법처럼 반드시 이루어진다! 순간순간 살며 사랑하며 부여잡고픈 기억을 담다!

코리안뉴스 내작품

물구슬이 쏟아지는 겨울바다에서♡박성희

연지아씨/박성희 2019. 1. 11. 10:14

물구슬이 쏟아지는 겨울바다에서♡박성희: https://youtu.be/vm04EdDVnDM https://story.kakao.com/cherryfeel/dSsICeWfIL0속초바다 #겨울바다 #푸른하늘 #22살때 #군인#하루애인

https://youtu.be/vm04EdDVnDM

 

< 물구슬이 쏟아지는 겨울바다에서♡박성희 >

#22살_추억속에서 #군인 #속초바다 #하루애인

 

불현듯, 바다가 보고 싶었어.

나는 무작정 바다로 향했지. 나를 실은 고속버스는 밤새 달렸어. 스산함이 밀려오는 바다. 바다를 보면 막혔던 숨통이 트일 것 같았지. 속초 바다에 닿았을 때는 아직 여명이 시작되지 않았어. 새벽별이 깜박였으니까.

 

바다로 가려면 길게 늘어진 철조망을 한참 지나야 했어. 철통같은 경계태세의 바다. 나는 가시철조망 사이로 조각난 바다를 보며 걸었어.

뚜벅뚜벅,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흘깃 뒤돌아보니 긴 총을 들고 있어. 까만 얼굴엔 군복무늬 물감이 칠해졌어. 베레모 쓴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득여. 나는 다시 걸었어.

“거기 서.”

“?”

 

땅! 하고, 나를 쏠 것 같아.

나는 그를 노려봤어. 경직됐던 그의 입술이 하얀 입김을 뿜으며 웃었어.

“기다려. 외출 허가받고 올게.”

그는 곧 깨끗한 제복 차림으로 내게 달려왔어. 나의 하루 애인이 되겠대. 바다의 길을 잘 모르는 나를 안내해 주겠대. 우린 손 잡고 철조망 없는 바다로, 바다로 달려갔어.

 

아, 해가 떠올라. 눈부셔.

뜨거운 불덩어리가 수평선 위에서 이글이글 타올라 세상을 환히 밝히고 있어. 활기가 솟는 새벽아침.

바다가 거칠게 숨 쉴 때마다 물결이 출렁거려 금빛 은빛으로 반짝여. 햇볕은 토막토막 잘려 나가고. 바다는 거대한 덩어리를 꿈트럭대며 몸부림쳐. 그때마다 차알싹 차알싹 파도치며 하얀 포말이 잘게 부서져 후두둑 후두두둑 금빛 은빛 물구슬들이 수없이 쏟아졌어.

바다가 만들어준 차갑고 땡글땡글한 물구슬들.

 

그 물구슬들은 어느새 그와 나의 하반신을 적셨어. 우리는 쏟아지는 물구슬들의 세례를 받으며 바다를 걸었어. 배릿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우리는 거기 해변에 누웠어. 얼어버린 모래알 위로 풋풋한 햇살이 내리네. 물새들은 휘황한 공중에서 자유롭게 날고, 물고기들은 바닷속에서 지느러미를 팔랑이며 유영할거야.

 

뿌웅, 멀리서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들려.

그래, 바다는 이렇게 역동의 덩어리야.

지금 이 바다는 내게 태평양이며 지중해 같아. 온통 끝없는 바다만, 맨 바다만 보여. 나는 꿈인양 바다에 취해갔어.

그는 며칠 후 제대해서 이 바다를 볼 수 없을 거래. 교대하러 가다 나를 본 거고, 처음이자 마지막 한나절 외출했대. 그가 후, 하고 한숨을 쉬네. 나도 한숨을 쉬었지. 그가 노래를 불러주겠대.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푸른 하늘의 ‘겨울 바다’와 주문하는 노래들을 불러주네. 햇살이 빨갛게 농익을 때까지.

나는 온종일 그가 목청껏 부르는 노래를 들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꽤 핸섬하네. 쓸쓸해 보이면서도 시퍼런 젊음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팔딱여. 찬 공기로 그의 입에선 연신 하얀 입김이 풀풀풀 날렸고, 내 머리카락은 칼바람에 사납게 찔렸어.

 

겨울 바다는 온통 그의 노랫소리와 찰찰찰찰찰 물구슬 토해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

그러곤 이내 그 소리들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어. 모래톱으로 물거품 되었어. 파도에 밀려 버렸어. 그리움도, 나쁜 기억도 잊혀 버렸어.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꿈을 꿔야겠어. 거침없이 출렁이는 파도를, 멈추지 않고 반복하는 물새의 날갯짓을,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구슬들을 봐. 욕망 불러일으키는 저 바다를 봐. 내 꿈도 바다의 생명처럼 꿈틀댔어.

 

그는 내게 행복했었노라 인사하고 귀대했어. 모두 본분에 충실하고 있네. 어디선가 그가 불러준 노랫소리가 들려.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2011코리언뉴스발표...

 

https://youtu.be/dSzwdgTWdW0

(푸른하늘♡겨울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