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랑에세이집 [ 나에게 마법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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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내작품

하늘 여행

연지아씨/박성희 2012. 9. 28. 18:06

한국/2012.가을호 <참여문학>, 캐나다/중앙일보'문예정원'에 동시 송고, 발표됨......... 




                                                      하늘 여행

                                                                                                                 수필가 박 성 희


   은하수. 견우와 직녀의 눈물. 하늘을 가로질러 흐르는 별들의 강. 그 강 아래에 누웠다. 별들을 본다.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를 찾는다. 큰곰자리에는 북두칠성이 여전히 국자 모양으로 걸려있다.

   휙, 하고 별똥별이 떨어졌다. 또 떨어진다. 좀 전에 떨어진 별똥은 벌써 폭파돼 산산이 부서졌겠다. 무수한 별들, 희미한 별에서부터 찬란한 별, 크고 작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소녀 때 만났던 소년은, 내게 어느 별을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하늘 끝 흐릿한 별을 사랑한다고 했다. 외로워서 감싸줘야 할 것 같다고. 나는 가장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샛별을 사랑한다고 했다.

   달빛은 은은하지만 샛별은 강렬한 빛을 발산해서 좋다. 새벽녘 깜박거리는 그 별을 쳐다보고 있으면 심장이 터질 듯 흥분 된다. 그래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고 넋을 잃는다.

   아, 한껏 자유롭다.

   하늘과 맞닿은 옥상에 누워 밤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밤하늘은 검푸른 바다의 잔잔한 물비늘, 물비늘. 하얀 조각배를 띄우고 호젓이 노를 젓는다. 반짝반짝, 빛 맑은 별을 낚는다. 아무도 없다. 밤과 나, 별과 달 뿐. 별을 헤다 잠이 든다.

   곧, 새벽 이슬방울이 열리고 어느새 아침이다.

   투명한 일곱 빛깔 햇살이 내 머리칼 위로 가득 쏟아지고 있다. 덩달아 굵고 까만 머리칼에서도 휘황한 무지개빛이 눈부시게 빛난다. 한 올 한 올 손끝으로 끌어다가 얼굴을 가려보지만 자꾸 미끄러져 햇살을 가릴 수가 없다.

   저 찬란한 빛을 받아들이자. 저 새하얀 구름을 타고 여행을 떠나자.

   간간이 바람이 내 육체를 타고 소곤거리다가, 웃다가 지나간다. 그리곤 어디선가 뭉게구름이 날 데리러 왔다. 나를 두둥실 태우고 파란 하늘 어디론가 끌고 간다.

   마구 흐트러진 솜이불이 되다가, 똘똘 뭉쳐진 눈덩이가 되다가, 달콤한 솜사탕이 된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나는 가깝게 있는 태양에게 빨려들고 있다. 뜨겁다. 내 몸을 꽉 잡고 놔주질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회피할 수 없는 즐거움. 꼼짝 못하고 있다. 차라리 이 태양의 열기에 타버리자. 녹아버리자. 태양을 향해 날다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처럼, 더 높이 더 가까이 다가가자.

   뫼르쇠가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총을 겨누듯, 나를 쏘아 올리자. 탕! 탕! 탕!

   무모한 도전이라도 좋다. 이대로 있자. 버티자. 짜릿하다. 환희다. 태초의 자연인처럼 아무 걱정도 없다. 힘겹지도 않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푸른 하늘과 구름과 태양만 존재할 뿐. 모두 내 맘대로다. 내가 꿈꾸는 것도, 그 어떤 행위도 다 내 맘대로다. 거부할 수 없는, 거침없는 이 자유가 좋다.

   어느새 저녁놀이 붉다. 안온하다. 감정이 충만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도취되는 시간. 하늘 여행을 하는 동안 온누리는, 온 우주는, 모두 나만의 것! 나를 위해 마련된 작전!

   다시 별이 뜨기 시작한다. 밝은 별도 있고 어두운 별도 있다. 가까운 별도 있고 먼 별도 있다. 몇 광년의 별에서부터 몇 백 광년 이상 된 별들. 성단과 성운, 소우주는 마냥 환상적이고 신비롭다.

   사랑스러운 이름과 슬픈 전설을 간직한 별들, 이름도 없이 떴다가 아스라이 스러지는 별. 별. 별. 안드로 메다성운, 히아데스성단을 찾으러 떠난다. 헤라의 젖물이 흐르는 밀키웨이가 저기에 있다.

   오늘밤도 아무도 없다. 밤과 나, 별과 달만 있을 뿐.



2012.8.25일자 중앙일보에 발표 www. joongang.ca ----> 왼쪽 신문 클릭하여 25일자 클릭, 맨 뒷페이지에서 3번째 페이지 <문학 c5>에 게재...



은하수=밀키웨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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