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필과비평>2016.2월호, 캐나다 <코리안뉴스>2016.1월 3째주, 인도 <한인회보> 2016.2. 동시송고 발표.
영원한 사랑, 타지마할
수필가 박 성 희
내 사랑, 내 생명, 내 모든 것, 뭄타즈 뭄타즈 뭄타즈.
진정 뜨겁게 사랑했기에, 오직 뭄타즈 당신만을 죽도록 사랑했기에, 당신을 못 잊어 사랑의 증표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주겠소.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 영원하라고 모든 것 다 바치리다. 내 사랑 뭄타즈 마할.
어디선가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그 때 자무나 강가엔 샤자한의 사랑 다 못 받고 죽은 왕비 뭄타즈 마할의 한 서린 기운이 느껴졌다. 먼발치서 보이는 아그라 성과 타지마할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샤자한이 그토록 사랑했던 세 번째 왕비 뭄타즈 마할. 그녀의 무덤 타지마할을 향해 무굴제국 수도였던 아그라 남쪽으로 달렸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그곳으로 한참 걸어가는데 개와 원숭이가 얼마나 많은지 거추장스럽다.
타지마할이 눈앞에 아스라이 나타났다. 가슴이 뛰었다. 샤자한과 뭄타즈 마할의 마지막 사랑의 결정체를, 슬픈 사랑의 흔적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 출입구엔 벌써 구경꾼들로 꽉 차 있었다.
드디어 순백의 아름다운 타지마할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해가 뜨자 왕관을 모티브로 한 육중한 건물은 더욱 찬란한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몽상처럼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기도 했다. 사방 어디를 봐도 같은 모양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신비롭고 정교한 균형미와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아름다움은 압도적이었다.
대리석 벽면에는 우아한 흰색 꽃문양이 조각돼 있었고, 모자이크 방식으로 된 꽃모양 패턴과 이슬람 경전 코란의 글귀도 새겨져 있었다. 잘 다듬어진 아치형 대리석은 얼마나 많은 정을 쪼았기에 저토록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되었을까. 얼마나 많은 손길이 들어가 한낱 돌이었던 것들이 세밀하게 표현돼 저리도 웅장한 모습을 갖춘 걸작으로 승화되었을까. 사람이 건축했다기보다는 신의 손재주라 믿고 싶을 만큼 완벽했다.
황제 샤자한은 어느 날 시장에서 장신구를 팔고 있는 19살 처녀 바누베감을 보고 첫눈에 반해 왕비로 맞아들였다. 그러곤 그녀에게 ‘궁전의 꽃’이란 의미로 뭄타즈 마할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 그에게는 이미 하렘 있는 5천명의 후궁이 있었지만 그가 진정 사랑한 여인은 뭄타즈 마할 뿐. 그녀는 황제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니며 충직한 동료로 조언과 지혜를 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을 질투의 신은 가만 놔두질 않았다. 뭄타즈 마할은 임신한 몸으로 황제를 따라간 전쟁터 주변에서 14번째 아기를 낳다가 3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잃은 샤자한은 온 국민과 함께 2년간 상복을 입고 그녀가 죽기 전 ‘사후 세계에서 다시 만나자’는 마지막 약속을 잊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기로 했다.
라자스탄 지역에서 흰 대리석을 캐오고, 여러 나라 건축가와 전문기술자가 동원되고, 코끼리 1천 마리가 자재를 나르고, 매일 2만 명의 인부들이 참여해 22년간 대공사를 했다. 최고급 대리석과 붉은 사암, 세계 각지에서 수입해 온 보석과 준보석을 나라 재정이 어려울 정도로 사들여 죽은 아내를 위해 썼다.
드디어 황제와 왕비의 마지막 사랑의 결정체 타지마할이 완성됐다. 모스크 분위기가 나는 타지마할은 중앙 돔을 중심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룬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태어났다.
타지마할의 모든 공사가 끝나자 공사에 참여한 인부들의 손은 잘려졌다. 더 이상 타지마할 보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한 것이다. 누구도 이 절대적 아름다움을 넘어서지 못하게 했다. 오직 황제가 사랑한 한 여자 뭄타즈 마할, 그녀만의 것이라고. 아무도 넘보지 말라고.
타지마할은 인간 구원의 욕망이자 지순 지고한 사랑의 열매다.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희생된 눈물이며 땀방울이다. 거대한 대리석의 무게에 짓눌리고 돌가루에 파묻히고 손에 피가 맺히고 온 몸을 던져 위험천만한 작업으로 만들어진 인내의 완성체다.
멀리 북서쪽 자무나 강이 흐르는 곳에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아그라성이 아련히 보인다. 샤자한이 말년에 아들에 의해 유폐돼 살던 곳. 그곳에서 그는 매일 아내가 묻힌 타지마할을 애련히 바라보며 눈물 흘렸을 것이다.
타지마할 내부로 들어갔다. 흰 대리석은 레이스 모양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대리석에 박힌 보석과 꽃문양은 화려함의 극치를 더 해준다. 그 안에 황제 샤자한과 왕비 뭄타즈 마할의 관이 놓여있다.
오직 사랑했으므로, 뜨겁게 사랑했으므로, 죽은 아내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지은 묘궁. 그들은 이 극락세계에서 아무도 부럽지 않다는 듯 미소 짓고 있으리라.
자무나 강은 유유히 흐르고, 바람은 스산하게 불었으며, 긴 수로가 있는 정원의 나무들은 역사를 알고 있다는 듯 고고히 서 있었다.
“황제님, 영원히 저만 사랑하시는 거죠. 저는 너무나 기쁘답니다.”
“그럼요, 뭄타즈 마할. 당신은 내 영원한 사랑이라오.”
타지마할 주변에서 그들의 슬픈 웃음소리가 들렸다.
20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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