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랑에세이집 [ 나에게 마법걸기 ]

모든 진지한 바람은 마법처럼 반드시 이루어진다! 순간순간 살며 사랑하며 부여잡고픈 기억을 담다!

각문예지 내꺼 월간문학,현대수필,에세스트,수필비평등12년블로그개설이후부터

첸나이 주재원, 그 남자 / 박성희

연지아씨/박성희 2015. 6. 6. 19:29

첸나이 주재원, 그 남자

                                                                  

                                         박 성 희(feelhee9@hanmail.net)

   

 

   내 방 맞은편 방에는 그 남자가 산다.

   어떤 땐 나랑 같이 밥을 먹고, 약간의 잡담을 하고, 아주 잠깐 우리 애들과 놀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가족 같기도 하고, 남편 같기도 하고, 아빠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 내가 한집에 살면서 한 이불을 덮고 잔적은 없다 .

   남들은 불의 금요일이니 주말이니 여행이니 하며 한껏 기대와 설렘에 부풀어 있을 때 나는 그냥 듣기만 한다. 김 빠진 맥주가 된다. 그 남자는 앞집 아저씨이거나 하숙생이거나 친구 같기 때문이다. 그 남자와 나와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에선 사랑, 여유, 휴식은 어림없다.

    매양 밤새도록 그 남자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되게 열중이 컴퓨터 앞에서 일만하고 있는 모습만 보면, 저 남자는 과연 첸나이에 일만 하러 온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게 한다.

    가끔 애정결핍인지 나는 좀 외롭고 우울한 날이 있다. 그런 날엔 그 남자가 내 방으로 건너와서 나를, 내 몸뚱이를, 내 영혼을 뜨겁게 어루만져 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는 모른 체 하곤 한다. 아니, 일에만 완전히 빠져 있다. 그저 깜깜하고 적막한 내 방문 사이로 그의 방을 비추는 불빛만 슬그머니 내 보낼 뿐. 기척도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일만 하고 있다.

    예그리나 멀어진 듯 내게 따뜻하게 보내줬던 그의 눈빛은 온전히 컴퓨터 화면에 가 있고, 스킨십 했던 두 손은 자판기에서 서성대고, 내 생각만으로 가득했던 그의 머릿속은 완전히 주재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업 성공에만 매달려 몰두 하고 있다.

    오로지 일에만 미쳐 잠도 자지 않고, 온 밤을 새기도 하고, 새벽 3시가 되어야 불이 꺼지거나 불이 켜진 채 쪽잠을 잔다. 평균 노동 18시간, 노동을 위한 준비 3시간, 그리고 3시간의 잠.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지 싶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보거나 안보거나 모든 일에 온 정성과 최선을 다한다. 한 번도 힘들다고 불평불만을 제기 하지도 않는다. 거센 열정과 끈기로 똘똘 뭉쳐진 일에 대한 충성심. 인내와의 싸움. 첸나이에 혼자 남아 많은 인도인들을 데리고 일인 다역하며 언제나 긍정의 힘을 믿고 성공을 꿈꾸는 그 남자.

    그 남자를 그린비로 바라보는 나는 사랑하긴 힘들지만 온새미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오는 금요일 밤엔 기다란 병맥주와 미끄덩한 망고 한 접시를 까 들고 무조건 그의 방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와 나의 관계를 확인 하리라. 단미가 되어 그린나래를 달으리라.

    그러면 우리는 가시버시가 아닌, 그 남자 그 여자 사이도 아닌, 애인 사이가 되는가.

 

 

 

 

 

.....<수필과 비평>2015. 6월호 발표, 그리고나서 2015. 6.5 목 캐나다 코리안뉴스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