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랑에세이집 [ 나에게 마법걸기 ]

모든 진지한 바람은 마법처럼 반드시 이루어진다! 순간순간 살며 사랑하며 부여잡고픈 기억을 담다!

내가 쓴 작품평

세계여행에세이 [나는 내가 부럽다]작품론/ 박성희

연지아씨/박성희 2021. 9. 10. 21:40








작품론> 바람의 아들, 박건규
박성희 수필가


그는 가장 멀리, 가장 높이, 가장 많이 세계를 누볐다.
뚜벅뚜벅 그가 걸어가는 곳마다, 날아가는 곳마다 세상은 그의 것 온 우주도 그의 것이었다. 이 세상은 눈으로, 가슴으로 차지하는 자의 것. 그는 그렇게 온 세상을, 우주를 향유했다. 그곳엔 언제나 감탄과 감격과 감동이 출렁였다.
세상에, 나 홀로 배낭여행 80개국이라니. 도대체 지구를 몇 바퀴 돌아야 갈 수 있을까. 그의 여행 행적 자체만으로도 고개가 숙연해진다. 그것은 한번뿐인 인생을 여한 없이 살았다는 증거다. 삶의 시간을 진정 소중하게 가치 있게 즐겼다는 증거다. 그래서 그 조차도 그를 부러워한다. 나는 그런 그가 부럽다.
작가는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찾아 떠나는 자아여행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타의 여행기와 사뭇 다르다. 작가의 철학이 탄탄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유를 때로는 일기로, 에세이로, 시로, 여행기로 썼다. 인생을 관조하며 깨달은 성찰의 그 글들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그의 여행 루트를 살펴보며 나는 무척 가슴이 설렜다. 아니 흥분됐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나대신 갔다 와, 지구 저 너머 낯선 세상이야기를 들려주니 기뻤다. 그곳의 생태, 삶과 사고방식, 문화를 가만히 책으로 엿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더군다나 그의 깊은 내면 이야기까지. 요즘처럼 해외여행 가기 어려운 시대에 말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존재의 이유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러곤 느닷없이 자신의 글을 마주한 독자에게 ‘당신이 진정 가슴 뛰는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나는 그 질문에 어떤 답을 할까, 한참 고심했다. 그러고 보니 현재 삶에 너무 아등바등했다.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돈이 없어, 몸 하나 제대로 뉘일 곳 없는 수많은 눈망울들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고 한다. 그러곤 머리를 숙이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단다. 나는 늘 감사해야한다고. 자신이 부러워야한다고.
누구나 일탈을 꿈꾸는 일, 다른 세상을 보고 싶은 일, 세상 사람들을 만나 관찰하며 위로 받고 싶은 일, 그들의 생각을, 생활방식을, 문화와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배낭가방에 여행책자와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오롯이 담아낸 그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읽을 때마다 무덤덤한 내 가슴에 격한 파동을 일으킨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일기형식 철학에세이를 쓴 전혜린이 생각났고, 서정 묘사가 살아있는 산문 책 ‘청춘은 아름다워라’의 헤세가 생각났고, 바람의 딸 한비야가 생각났다.
그는 한껏 자유로운 영혼으로 떠도는 방랑자며 철학자며 에세이스트며 시인이다.
작가는 여행하는 동안 이방인으로서 외로운 여행이었을지 모르지만, 온 우주와 세상 앞에서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한없이 자유분방한 스스로에게 감사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부럽다』가 탄생 됐다.
이 책은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또는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안내서와 무한한 간접여행을 하게 한다.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작품 일부 평

글을 쓰다 말고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청춘에게 인사하고 고이는 눈물을 어찌해야 할까.
청춘아 안녕하고 인사를 하다 보니, 콧등에까지 눈물이 맺혔다. 흘러내려간다.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은 먹먹한 시간이다. 눈물이 코로 들어가고,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 몇 년, 눈물이 이만큼 나왔던 것 같지도 않은 듯. 청춘에 묵념하고 안녕을 고할 때 왜 이리 숨이 먹먹 막히고 눈물이 줄줄 흘렀을까 - 안녕, 청춘- 일부
작가는 시간을 알뜰히 여기는 사람이다. 소년시절에서 어느새 청년기를 보내고 중년을 맞이한다. 그러곤 문득 피 끓던 청춘시절과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인식한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고, 무언가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 돼는 상황에 이르러 감정에 복받치고 있다.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듯하다.

책을 쓸 이유를 분명히 하는 성찰의 과정과 가슴이 뛰는 열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시간이 아깝다, 머릿속에 이 좋은 생각들이 잊힐지 모른다는 강박. 삶을 되돌아본다는 건 누구에게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 한 몸 이끌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들키는 건 두려움이다. 자존감마저 할퀴면 어쩌나하는 두려움. -글쓰기 놀이- 일부

글쓰기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글이 되기 위해서 작가는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말하고, 자신의 전부를 남에게 솔직하게 까발리는 일이 어렵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글을 씀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누구든 진솔한 감정을 그려내기는 참 어렵지만 그렇게 써진 글들은 읽는 이에게 큰 감동을 준다.

부드럽게 아름다운 세상사의 소소한 이야기가 좋다. 내면을 사는 사람 냄새와 느낌이 좋다.
말랑말랑한 소재의 비유와 암시하며 생각해 볼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 세상살이가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하고 살아남는다. 더구나 인생 후배들에게 어떤 사고와 행동방식으로 사는 지. 또 다른 인생살이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감동하게 되는 지. 경영에 관한 지침서들이나 회사의 분위기와 경제 전쟁에 대한 화두도 좋아 보인다. 생생하게 또는 묵묵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달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나와 있어도 여전히 좋다. -글 맛, 삶의 맛- 일부

작가는 세상사는 이야기, 현장감 있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써진 글들이 좋다고 한다. 그 글들이 주변사람들에게 바른 행동과 사고방식으로 이끌게 해 준다면 더 좋겠다고 한다. 좋은 영향을 끼치는 글을 쓰려면 우선 작가가 먼저 그렇게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진솔한 이야기의 글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감동이 되는 일이라면 좋은 글이다.

목표와 기대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조금 모자람이 행복하다. 모두들 욕망의 크기를 늘여가며 행복의 나라로 욕망의 나팔을 불며 전진할 때에, 한발 물러서서 응시하며 뒤돌아본다.

죽음이 이르기 전에 위대함은 없다. 아무리 위대한 승리도 현재 깨닫고 기뻐하는 자그만 나의 행복을 대체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는 살아본 적이 없는 가장 귀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실패가 없는 인생, 짜릿한 성공도 없는- 일부

작가는 남들이 목표와 욕망의 크기를 높이는 것을 보고 한발 뒤로 물러나 ‘과연 그 기대치만큼 커야 행복이 오는가‘라고 생각한다. 욕망을 한 단계 내리며 살아가면 더 빨리 행복해지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죽음 이전에 어떤 누구도 승리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전에 어느 노인이 내게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관 뚜껑을 닫아야 그가 행복하게 살았는지 불행하게 살았는지 결정된다.”고. 그러니까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의 운명은 그 누구도 예측하거나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의 귀한 삶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도 영욕도 본능까지도 다 내려 놓아야한다. 오늘처럼 쓸쓸해지면 다 내려 놓아야한다. 미친 사람처럼 비 오는 거리를 쏘다녀야 한다. 가슴이 아프고 두려움에 떨더라도 감추어야 한다. 비가 오는 소리가 강렬한 아픔이 될지라도 혼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소리죽여 흐느껴 우는 세상이 되더라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꿈과 적성을 모르고 가는 대학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전공도 의미 없는 대학인이 얼마나 많은가.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고, 왜 사는 지, 왜 다니는지 모르는 청춘은 시간을 허비하며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도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 삐에로의 얼굴- 중에서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 글만 보아도 작가가 얼마나 깊은 사유를 하고 있는지, 깨달음이 많은지 알 수 있다.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면 정말 쓸데없는 것에 목을 매고, 시간을 허비한다. 작가의 말처럼 불필요한 것에 너무 많은 시간 투자와 돈 낭비를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저냥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귀한 시간을, 청춘의 시간을 그냥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압록강변이다 예쁘게 치장 해놓은 강변로는 중요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다 갖추었다. 토요일엔 결혼식을 수 십 쌍 하였고 북적댄다. 월요일인데 날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고 마음도 살랑살랑 바람이 인다. 이 긴 시간을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어떻게 여행하였을까. 전에 몇 개월은 혼자 하는 여행이 즐거웠지만 장기 여행은 자신감이 떨어진다. 외로워 못 할 것 같은 거야. 슬슬 다니고 싶다. 시간에 빡빡하게 굴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
여전히 선선한 오월의 강바람을 즐기며 압록강과 함께 한가로운 오후를 시간과 데이트한다.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신변잡기 일일지라도 언젠가 이 바람의 신선함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더 기쁠 일이 있을까.
...
사람이 전부다 그러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랑이 전부다 그러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인생이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게 인생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혹시 내가 그런 걸까? -(4)첫 외유, 이웃 나라를 넘어서 -중국 2007.5.14- 일부

압록강변이 얼마나 아름다운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혼자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한가하게. 이 대목에서 나는 찌릿한 전율을 느낀다. 오래전 내 모습도 그랬으니까. 어느 찬란한 봄날 천지사방이 꽃으로, 신록으로 뒤덮여 봄 잔치를 벌일 때 막연히 혼자 그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 때 말이다. 가슴 시린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게 한다.
작가가 차라리 바쁜 일정의 여행이라면 외롭지 않았을 텐데, 한가한 시간을 혼자 보낸다는 건 큰 고욕이다. 오롯이 혼자 여행한다는 건 참 고독한 순례의 길이다. 오직 시간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에인다.

비오는 날 길을 걷다가 문득 발밑 진흙에 덮인 보석 발견 기분

수필가 유광영

왕성한 탐구욕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작가에게서 만났던 인간에 대한 사랑과 동정심을 담은 휴머니티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인간 존재의 온전함을 힘들게 하는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에 분노하고 함께 아파하는 인류애를 느끼게 한다. 자유로운 영혼만이 알 수 있는 생명 존재의 가치와 순수한 감성의 위대함을 궤 뚫어 보는 통찰이 번뜩인다.

힘들었던 삶을 극복하고 생긴 여유를 인간과 세상에대한 탐구에 쏟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 세계 일주는 단순히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데 그치지 않는다. 온기가 느껴지는 인류 공통의 정서와 삶의 고귀함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함께 누리려는 깨달음의 여정이다.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려내는 캔버스의 붓질이다.

심장을 고동치게 하고, 눈이 반짝여지는 설렘이 그의 여정 곳곳에서 드러난다. 눈앞에 그려지듯 한 르포르타주 현장 묘사는 여행기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식의 껍데기 없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투박한 표현에 짜릿해지는 것은 그의 진정성과 솔직함 때문이다. 피부 빛이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따뜻한 시선,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친절함을 담아낸 이타적 행동의 경험은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한 생각에 젖게 만든다.

여행은 밖에서 나를 찾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주를 여행하는 구도자(求道者)가 지구별의 아름다움에 경탄하여 구도를 포기하고 이곳저곳을 탐방하듯 한 그의 체험은 오히려 영적 깨달음에 한 걸음 다가서도록 한 촉매제였을 것이다.
세계 각지를 누비면서 현대의 타락한 자본주의가 인류 정신에 얼마나 위해를 끼치는지를 목격하고 이의 개선을 외치는 지구촌 시민의 의식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은 서열이 아니고 조화로운 공존의 순환이어야 하는데 이 공존과 순환을 가로막는 자본의 탐욕에 대한 작가님의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정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겼던 우리 육체 기능의 소중함을 재인식한 작가님의 관점은 온전한 인간성을 갖추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 직업인(약사)으로 경륜을 거친 통찰이니 한결 신뢰가 간다. 건강한 육체와 육체에 봉사하는 감성의 바탕위에서 생산적 정신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현대의 두뇌 과학에서 밝힌 바 있다.
감성의 교류 없이 삶의 활력과 행복감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감성의 스위치를 켜는 것은 향기로운 육체의 떨림이다. 우리의 행동은 감성에 의해 추동(推動)되며 이성은 그 행동을 사후에 논리적으로 합리화할 뿐임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휴머니티에서 차지하는 감성의 몫이 얼마나 큰지 박 건님은 삶의 흔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의 한 원시 종족은 한 노인이 죽으면 한 권의 백과사전이 사라졌다고 여긴다. 인간의 몸에는 지구상에 생명체로서 존재하고 진화해오면서 축적된 엄청난 양의 스토리가 들어있다. 한 권의 백과사전이 아니라 수백만 도서관 이상의 지혜가 함께하고 있다. 칼 융이 얘기한 집단 무의식도 이러한 영적 지혜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신비한 시스템(人工知能이 아니라 天工知能)이 우리의 몸이다. 그런데 우리는 몸에서 엮어 나오는 감성적·영적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박 건규님의 글에서는 삶의 행복이 박제된 도덕 매뉴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의 흐름에 있다는 메시지를 체험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용수철의 특성은 튀어 오르는 데에 있고 튀어 오르기 전에 반드시 압축되어야 한다. 그의 고행에 가까운 여행은 인간을 바라보는 의식을 밀도 있게 압축했다. 그 압축된 의식의 메시지가 이젠 글로써 튀어 올라 많은 이들에게 감명과 깨달음을 전해줄 것이다. 비오는 날 길을 걷다가 문득 발밑에서 진흙에 덮인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아름다운 추억이 저축할 수 있는 행복이라면 그는 이미 많은 행복을 저축하였다. 아마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이 저축된 행복을 꺼내 먹으며 얼마든지 그 순간을 극복하리라. 그 행복을 독자들에게 나누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박 건규님의 외침은 울림이 될 것이다.

pandemic/untact 시대 여행 작가의 마니아적 독백!

시인, 수필가 정일주

여행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문학 시대 동인 박건 수필가는 80여 개국을 돌며 배낭 속에서 발견한 르포식 여행기를 담아왔다. 그의 표현대로 배낭 속에 갇힌 파랑새를 탈출시키기로 결심하게 되었다는 부창민 수필가의 평론이 부러움과 함께 흥미롭다.
그는 누구인가?
문단에 그의 존재를 알리며 바로 큰 울림을 던진 작가는 “나는 내가 부럽다”에서 존재와 글을 쓰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몸으로 접촉하고 대화를 나누며 따뜻하게 돌봐 준 사람들에게 부러운 이야기를 하며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
작가의 글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흐른다. 직업 때문일까?

“세계의 곳곳을 가면 돈이 없어 몸 하나 제대로 뉠 곳 없는 수많은 눈망울들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
한국적 인간미에 휴머니즘이 가득하다.

“어느새 머리를 숙이고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다. 나는 늘 감사해야 한다고, 자신이 부러워야 한다고. 관찰자 시점으로 지금 나는 내가 부럽다”
는 작가의 뜻은 조국에 대한 감사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초등학교 때 자전거를 배우고 중학교 시절에는 자동차를 타고 하루종일 제주를 일주했다고 유년을 회상한다. 작가의 유년 시절이 나의 유년기를 닮아 여행기가 더욱 흥미롭다.
나역시 산골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할머니가 계신 서울로 유학을 왔다.
서울 상경 길에 난생처음 버스를 타보고 기차를 타보았다. 버스도 기차도 모두가 신기했다.
보이는 것들이 신기해 며칠 동안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시내를 무작정 돌아다녔다.
어린 시절 버릇 때문인지 아니면 방랑벽 때문인지 고향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지금도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5학년으로 기억한다. 자전거를 빌려 뒤에 친구를 태우고 달리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자전거는 고장이 났다. 자전거 주인아저씨에게 혼나고 눈물을 흘리던 그 시절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학창 시절에는 주말이면 집에서 고추장과 쌀을 몰래 담아가지고 나와 친구들과 산에서 야영을 했다. 친구들 가정은 하나 같이 여유롭지 못했다. 방학에는 무전여행을 하며 인내심을 키웠다. 무전여행을 통해 배고픔, 육체적 고통의 체험으로 협동심을 배양하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체험은 해병대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는 밑거름이었다. 해병대 정신으로 힘든 사업체를 이끌어 가느라 한동안 여행은 잊고 살았다.
사업에 매진할 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지인들의 인사가 제일 부러웠다.

작가는 말한다.
“누구나 일탈을 꿈꾸고, 세계 여행을 꿈꾸고, 다른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 세상 사람들을 관찰하며 위로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가진 것만큼 행복해 지면 좋겠지만 사실을 보고 듣고 알고 느끼는 만큼 행복해진다” 는 필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것은 올림픽이 끝난 다음 해 1989년 유럽 여행이다.
그때를 떠 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울렁인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여행이기에 설레 임도 크다.
첫 여행지인 이태리 문화 유적지의 마르티노 사원, 황제의 개선문, 베네치아 광장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을 관광하며 일상에 쫓기는 우리의 생활 문화와 다른 여유로움, 유럽인들의 일상이 부럽기도 했다.
바로크식 트레비 분수 옆에 다국적 관광객들과 앉아 트레비샘의 정교한 조각상을 바라보며 예술성에 감탄했다.
프랑스의 칼레항과 영국의 도버 항을 운행하는 호버크라프트, 바람을 일으키는 프로 펠러로 가는 배 승선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문화가 그 나라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아 유럽의 문화유산이 부러웠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로마, 스위스, 그리스, 독일,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눈으로만 감상하고 입을 열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언어 소통이 자유롭다면 저 수많은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며 코리아 자랑할 텐데---
세계의 절대적 성지인 바티칸 산 피에트로 사원 앞 광장에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대 성당과 미술관을 제외하고는 교황과 측근자의 주거와 사무실이 있다.
관광 상품 판매소에 언어 소통이 자유로운 한국 점원이 있어 반가웠다.
피에트로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과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미술작품은 너무도 정교해 두 눈을 의심케 했다. 웅장한 대역사를 새겨 놓은 산 피에트로 대성당은 느낌만으로도 족한 세계 정신문화의 보고였다.
미국을 여행에서는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은 자연의 신비가 나를 놀라게 했다. 세계의 다민족이 모여 거대한 미국을 건설했다. 경제부국에 걸맞지 않은 인종간 차별과 갈등이 늘고 있다. 총기 사고나 증오범죄로 흑인과 아시아계 시민을 불안하게 한다.

세계 각국의 문화와 풍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동남아 13개국 중 홍콩, 대만, 싱가포로를 제외한 말레이시아, 브르 나이,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은 도시를 벗어나서는 우리나라 50년대 새마을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관광지를 다녀보면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 관광지에 버스가 정차시 어린 소년 소녀들이 모여들어 관광객을 따라 다니며 여린 손을 내밀고 1달러 1달러 외치는 모습은 가슴을 아리게 했다.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는 메콩강에 의해 형성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호수다. 12세기 무렵에 전쟁과 정치적 혼란으로 육지에서 밀려난 가난한 사람들이 정착한 곳이 톤레삽 호수다.
베트남의 학대로 메콩강을 타고 호수에 정착했지만 아이들은 영주권이 없어 경제적 지원과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관광객을 향해 세수대야를 타고 와서 1달러 달라고 손을 내미는 소녀를 보고는 애처러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웅대한 국토와 소수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만리 길을 성으로 쌓았다는 만리장성과 1974년 3월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진시황 무덤은 눈을 의심케 했다.
진나라 첫 번째 황제(진시황)는 왕위를 차지하자 황제의 엄청난 힘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무덤 건설을 시작하여 13년 동안 70만 명의 죄수들을 동원하여 38년 걸렸다고 한다. 저 웅대한 성과 진시 황릉을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고통을 받았을까?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 건설에 착수한 진나라 최초의 황제가 묻힌 진시 왕릉은 세계 문화유산이다.
동남아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경제발전의 일등 공신인 박 정희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새마을 운동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빈민국인 미얀마와 캄보디아 경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동남아 여행을 하다 보면 나라 발전에 지도자의 영도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알게된다.
우리는 잘살아 보세 노래를 너무 빨리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
다음 여행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겠다고 수 없이 다짐하지만 작심삼일이다.
다리가 튼튼할 때 여행도 다녀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이제는 귀에 들려온다.
세계 여행으로 노후를 보내려 했는데 코로나가 길을 막고 있다.
수년에 걸쳐 80여 개국을 여행한 박건규 작가를 떠 올린다.
제주도에서 출생하여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에 진력하고, 약사의 길을 걸어온 작가의 여행기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마음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작가는 여행하면서 언어 소통이 원활했기에 여행의 진수를 더욱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본인의 그릇만큼 보고 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은 진리다.

약사의 윤리강령 제네바 선언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자신의 삶을 인류를 위해 바치겠다고 다짐하고 사회에서 봉사활동으로 휴머니즘 사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박건 작가의 삶을 존경한다.
바쁜 일상에서 대작의 여행기를 출간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팬데믹(pandemic)으로 전 세계가 문을 닫고 언택트(untact) 시대에 작가의 여행기는여행 마니아는 물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나는 내가 부럽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늘 문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작품론> 바람의 아들, 박건규
- 수필가 박성희


그는 가장 멀리, 가장 높이, 가장 많이 세계를 누볐다.
뚜벅뚜벅 그가 걸어가는 곳마다, 날아가는 곳마다 세상은 그의 것이었다. 온 우주도 그의 것이었다. 이 세상은 눈으로, 가슴으로 차지하는 자의 것. 그는 그렇게 온 세상을, 우주를 향유했다. 그곳엔 언제나 감탄과 감격과 감동이 출렁였다.
세상에, 나 홀로 배낭여행 80개국이라니. 도대체 지구를 몇 바퀴 돌아야 갈 수 있을까. 그의 여행 행적 자체만으로도 고개가 숙연해진다. 그것은 한번뿐인 인생을 여한 없이 살았다는 증거다. 삶의 시간을 진정 소중하게 가치 있게 즐겼다는 증거다. 그래서 그 조차도 그를 부러워한다. 나는 그런 그가 부럽다.
작가는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찾아 떠나는 자아여행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타의 여행기와 사뭇 다르다. 작가의 철학이 탄탄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유를 때로는 일기로, 에세이로, 시로, 여행기로 썼다. 인생을 관조하며 깨달은 성찰의 그 글들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그의 여행 루트를 살펴보며 나는 무척 가슴이 설렜다. 아니 흥분됐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나대신 갔다 와, 지구 저 너머 낯선 세상이야기를 들려주니 기뻤다. 그곳의 생태, 삶과 사고방식, 문화를 가만히 책으로 엿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더군다나 그의 깊은 내면 이야기까지. 요즘처럼 해외여행 가기 어려운 시대에 말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존재의 이유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러곤 느닷없이 자신의 글을 마주한 독자에게 ‘당신이 진정 가슴 뛰는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나는 그 질문에 어떤 답을 할까, 한참 고심했다. 그러고 보니 현재 삶에 너무 아등바등했다.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돈이 없어, 몸 하나 제대로 뉘일 곳 없는 수많은 눈망울들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고 한다. 그러곤 머리를 숙이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단다. 나는 늘 감사해야한다고. 자신이 부러워야한다고.
누구나 일탈을 꿈꾸는 일, 다른 세상을 보고 싶은 일, 세상 사람들을 만나 관찰하며 위로 받고 싶은 일, 그들의 생각을, 생활방식을, 문화와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배낭가방에 여행책자와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오롯이 담아낸 그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읽을 때마다 무덤덤한 내 가슴에 격한 파동을 일으킨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일기형식 철학에세이를 쓴 전혜린이 생각났고, 서정 묘사가 살아있는 산문 책 ‘청춘은 아름다워라’의 헤세가 생각났고, 바람의 딸 한비야가 생각났다.
그는 한껏 자유로운 영혼으로 떠도는 방랑자며 철학자며 에세이스트며 시인이다.
작가는 여행하는 동안 이방인으로서 외로운 여행이었을지 모르지만, 온 우주와 세상 앞에서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한없이 자유분방한 스스로에게 감사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부럽다』가 탄생 됐다.
이 책은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또는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안내서와 무한한 간접여행을 하게 한다.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작품 일부 평

글을 쓰다 말고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청춘에게 인사하고 고이는 눈물을 어찌해야 할까.
청춘아 안녕하고 인사를 하다 보니, 콧등에까지 눈물이 맺혔다. 흘러내려간다.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은 먹먹한 시간이다. 눈물이 코로 들어가고,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 몇 년, 눈물이 이만큼 나왔던 것 같지도 않은 듯. 청춘에 묵념하고 안녕을 고할 때 왜 이리 숨이 먹먹 막히고 눈물이 줄줄이었을까? -증인의 시대- 일부
작가는 시간을 알뜰히 여기는 사람이다. 소년시절에서 어느새 청년기를 보내고 중년을 맞이한다. 그러곤 문득 피 끓던 청춘시절과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인식한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고, 무언가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 돼는 상황에 이르러 감정에 복받치고 있다.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듯하다.

책을 쓸 이유를 분명히 하는 성찰의 과정과 가슴이 뛰는 열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시간이 아깝다, 머릿속에 이 좋은 생각들이 잊힐지 모른다는 강박. 삶을 되돌아본다는 건 누구에게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 한 몸 이끌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들키는 건 두려움이다. 자존감마저 할퀴면 어쩌나하는 두려움. -글쓰기 놀이- 일부

글쓰기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글이 되기 위해서 작가는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말하고, 자신의 전부를 남에게 솔직하게 까발리는 일이 어렵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글을 씀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누구든 진솔한 감정을 그려내기는 참 어렵지만 그렇게 써진 글들은 읽는 이에게 큰 감동을 준다.

부드럽게 아름다운 세상사의 소소한 이야기가 좋다. 내면을 사는 사람 냄새와 느낌이 좋다.
말랑말랑한 소재의 비유와 암시하며 생각해 볼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 세상살이가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하고 살아남는다. 더구나 인생 후배들에게 어떤 사고와 행동방식으로 사는 지. 또 다른 인생살이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감동하게 되는 지. 경영에 관한 지침서들이나 회사의 분위기와 경제 전쟁에 대한 화두도 좋아 보인다. 생생하게 또는 묵묵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달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나와 있어도 여전히 좋다. -글 맛, 삶의 맛- 일부

작가는 세상사는 이야기, 현장감 있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써진 글들이 좋다고 한다. 그 글들이 주변사람들에게 바른 행동과 사고방식으로 이끌게 해 준다면 더 좋겠다고 한다. 좋은 영향을 끼치는 글을 쓰려면 우선 작가가 먼저 그렇게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진솔한 이야기의 글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감동이 되는 일이라면 좋은 글이다.

목표와 기대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조금 모자람이 행복하다. 모두들 욕망의 크기를 늘여가며 행복의 나라로 욕망의 나팔을 불며 전진할 때에, 한발 물러서서 응시하며 뒤돌아본다.

죽음이 이르기 전에 위대함은 없다. 아무리 위대한 승리도 현재 깨닫고 기뻐하는 자그만 나의 행복을 대체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는 살아본 적이 없는 가장 귀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실패가 없는 인생, 짜릿한 성공도 없는- 일부

작가는 남들이 목표와 욕망의 크기를 높이는 것을 보고 한발 뒤로 물러나 ‘과연 그 기대치만큼 커야 행복이 오는가‘라고 생각한다. 욕망을 한 단계 내리며 살아가면 더 빨리 행복해지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죽음 이전에 어떤 누구도 승리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전에 어느 노인이 내게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관 뚜껑을 닫아야 그가 행복하게 살았는지 불행하게 살았는지 결정된다.”고. 그러니까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의 운명은 그 누구도 예측하거나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의 귀한 삶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도 영욕도 본능까지도 다 내려 놓아야한다. 오늘처럼 쓸쓸해지면 다 내려 놓아야한다. 미친 사람처럼 비 오는 거리를 쏘다녀야 한다. 가슴이 아프고 두려움에 떨더라도 감추어야 한다. 비가 오는 소리가 강렬한 아픔이 될지라도 혼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소리죽여 흐느껴 우는 세상이 되더라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꿈과 적성을 모르고 가는 대학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전공도 의미 없는 대학인이 얼마나 많은가.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고, 왜 사는 지, 왜 다니는지 모르는 청춘은 시간을 허비하며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도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 삐에로의 얼굴- 중에서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 글만 보아도 작가가 얼마나 깊은 사유를 하고 있는지, 깨달음이 많은지 알 수 있다.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면 정말 쓸데없는 것에 목을 매고, 시간을 허비한다. 작가의 말처럼 불필요한 것에 너무 많은 시간 투자와 돈 낭비를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저냥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귀한 시간을, 청춘의 시간을 그냥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압록강변이다 예쁘게 치장 해놓은 강변로는 중요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다 갖추었다. 토요일엔 결혼식을 수 십 쌍 하였고 북적댄다. 월요일인데 날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고 마음도 살랑살랑 바람이 인다. 이 긴 시간을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어떻게 여행하였을까. 전에 몇 개월은 혼자 하는 여행이 즐거웠지만 장기 여행은 자신감이 떨어진다. 외로워 못 할 것 같은 거야. 슬슬 다니고 싶다. 시간에 빡빡하게 굴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
여전히 선선한 오월의 강바람을 즐기며 압록강과 함께 한가로운 오후를 시간과 데이트한다.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신변잡기 일일지라도 언젠가 이 바람의 신선함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더 기쁠 일이 있을까.
...
사람이 전부다 그러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랑이 전부다 그러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인생이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게 인생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혹시 내가 그런 걸까? -(4)첫 외유, 이웃 나라를 넘어서 -중국 2007.5.14- 일부

압록강변이 얼마나 아름다운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혼자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한가하게. 이 대목에서 나는 찌릿한 전율을 느낀다. 오래전 내 모습도 그랬으니까. 어느 찬란한 봄날 천지사방이 꽃으로, 신록으로 뒤덮여 봄 잔치를 벌일 때 막연히 혼자 그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 때 말이다. 가슴 시린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게 한다.
작가가 차라리 바쁜 일정의 여행이라면 외롭지 않았을 텐데, 한가한 시간을 혼자 보낸다는 건 큰 고욕이다. 오롯이 혼자 여행한다는 건 참 고독한 순례의 길이다. 오직 시간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에인다.

집중조명
- 참석범위 -
사회 : 부창민 수필, 평론가
A : 손상철 대한민국탐정학회 상임회장
B : 정호군 출입국사랑모임 사무총장
C : 김갑배 다문화사랑모임 업무국장
D : 정철근 한국행정법률연구원행정학박사
E : 김영규 법무법인 지현재 업무국장
F : 권희정 전국행정사협회국사모 상임이사
* 편집자註:daum에서 인물이나 책명을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좌담>
사회 : 우리가 사업을 함에 있어 큰 돈을 벌고 돈과 시간에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을 찾는다면 자신이 만든 상품이나 플랫폼을 만들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한 작가가 쓴 책이 작가의 부를 만들고, 뮤지션이 만든 음악 하나가 해당 뮤지션의 수억을 벌 수 있게 만들어주며, 돈과 시간에서의 자유를 꿈꾸는 작가가 탄생한다면 오늘 좌담은 시사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B :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 말하는 타이밍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건규 작가의 회심의 작품 ‘나는 내가 부럽다’는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타이밍을 이용한 베스트셀러의 탄생할 것인가에 관전 포인트인 것 같네요.

A : 먼저 박작가의 작품은 세계 80개국을 발로 걸었다는 물리적 개념과 그가 추구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가 휴머니스트라는 내밀한 철학을 깔고 있는데요.
그가 누빈 땅이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보폭이었다는 점에 정탐적인 의미를 부여 하고 싶습니다. 속된말로 그는 밀정 같은 일, 성경 출애굽에 등장하는 여호수아나 칼렘 같은 인물이 아닐까? 의미를 부여 하고 싶습니다.

C : 저는 박작가의 작품이 출간 후 그 반향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왜냐면 출판가의 속성을 짚어 보지 않고서는 좌담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베스트셀러도서의 조건이라 할까. 나아가 전략적 차원까지 논의해 보는 것이 작가나 작품으로 유익하지 않겠습니까.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워 외면받을 것처럼 보였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스티븐 호킹의 `짭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는 예상 밖으로 대성공을 거뒀지요, 지금은 고전으로 추앙받는 스탕달의 `적과 흑`, 스콧 피츠제럴드가 8만부 이상을 기대했던 `위대한 개츠비`의 처음 성적은 초라했었지요, 그러나 베스트셀러의 세계에는 예상을 뒤집는 일과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넘쳐 났지요.

사회 : 그러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의 조건이 되는가 부터 분석해 보지요.
첫 번째 문학적 가치는 필연적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베스트셀러를 정의하는 데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판매 부수뿐 아니라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 국경을 초월해 폭넓게 사랑을 받았는지 두루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죠, 가령,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나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당대에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고,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제7권은 전 세계 동시발매 첫날 1천100만부의 성적을 올린반면, `적과 흑`은 초판 발행부수가 750부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세계적 고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보는 두 번째 방향은 저자가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드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교수는 "저자는 기본적으로 작가 혼자서는 절대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하며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일관된 작법이나 대필자의 도움, 미디어나 영화산업의 영향, 검열·소송 등이 모두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도 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A : 그렇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나 쥘 베른의 뒤에는 대필자들의 존재가 숨어 있고,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저자가 건넨 원고를 빼돌린 발행인 펠트리넬리로 인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됐으며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검열과 소송으로 인해 열광적인 판매 붐이 일었던 역설도 있습니다.

B : 그러면 독자들은 왜 베스트셀러를 구입할까요.
인류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 15위까지 목록을 보면 종교 서적이 4권, 정치 관련 텍스트가 4권, 실용서나 교과서 2권, 소설이 5권입니다.
일반적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나 성공을 일궈내기 위해 책과 더불어 취향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책을 사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성을 빛낸 인물들이 발상의 근원을 밝혀서 장안에 화제가 된 책의 제목이‘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책이 출간된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E : 그렇습니다. 국내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베스트셀러는 고경호 저의 4개의 통장이라는 재테크 서적이죠. 이 책의 컨셉은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지금도 유행하는 짠돌이 재테크의 시초를 만들어낸 책이지요. 이 책이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 책이 출간된 타이밍에 있습니다. 책이 출간되기 바로 전인 2008년 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있었고 리먼 사태는 금융 투기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신자유주의 이념의 한계를 보여주었어요. 리먼 사태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 펀드 부동산을 활용해 큰돈을 벌어보려고 했다가 뼈아픈 손실을 겪거나, 주위 사람들이 피 같은 돈을 잃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주식, 펀드,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시점에서 4개의 통장이라는 책은 투기나 투기성에 가까운 방법으로 한 번에 한탕주의식으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통장을 활용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돈을 모으는 방법이라 일깨우며 일약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습니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에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며 그 타이밍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D : 같은 이유로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셀러로 덕혜옹주를 뽑을 수 있네요. 조선
의 마지막 왕이나 다름없는 고종 황제의 딸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망해가는 나라의 공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일본 대마도 도주의 아들과 정략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혼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의 생활은 불행했고, 하나뿐인 딸도 죽고 말았으며, 일본의 정신병원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겨우 우리나라로 돌아온 뒤, 1989년 76세 나이에 낙선재에서 쓸쓸히 돌아가셨지요. 덕혜옹주의 삶에는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귀한 신분에서 태어나 불행하게 죽었다는 컨셉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호소력이 매우 높았지요. 이 책이 출간 된 시기인 2009년 12월은 우리 국민에게 굉장히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된 IMF 사태로 나라 전체가 힘든 상황이었고,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개선되기는커녕 계속 심화되었지요.
여기에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연이은 부동산 버블 붕괴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켰습니다. 덕혜옹주는 이런 대중들의 마음에 호소력 있게 다가갔으며 독자들이 울고 싶을 때 울게 해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슬픔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기에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박 작가의 작품의 10년 동안 배낭에 묻어두었던 일기가 흙 속의 진주일지라도 세상에 나와 빛을 봐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독자의 몫이 되겠지요.

사회 :‘나는 내가 부럽다’를 정리해 보면, 작가의 여행일기의 모티브는 인간입니다. 80개국의 언어와 인간의 생활습관, 문화의 충격 등 두발로 밟고 다닌 땅은 인간의 상실과 고독. 관계의 꼬임과 파행. 인간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통해 자신을 마주보기하게 된거지요. 10여년 배낭속 일기는 이 작품의 탄생을 이끈 탯줄이 되기도 해요.
작가의 문학의 핵심 가치인‘상실로부터 탈출하기’는 매력적 요소로 충분합니다. 그가 나선 유랑의 길은 사회 체계의 도그마를 깨는 일탈이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입니다. 그의 표현대로 파랑새의 꿈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죠. 범인이 할 수 있는 파격적 행동을 보는 느낌은, 삶의 스릴러 구조를 인위적 연출하면서 세계라는 무대의 고독한 주인공을 자처한 실험극처럼 보입니다. 코로나로 행동의 침묵을 강요 당한 긴장의 시기. 배낭에 든 파랑새를 놓아줄 타이밍입니다.

F : 작가의 ‘나는 내가 부럽다’는 배낭 속에 두면 망각의 강물 속으로 녹아 사라질 것 같은 삶의 세부들. 그 세부에서 의미가 되어 반짝거리는 밀도 높은 감성이 현장감 있고 실체적 레벨의 범주 높은 작품입니다. 가령, 이 작품은 기사 형식의 현장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각 나라에서 처한 현장 체험을 통해 그들의 운명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기억의 힘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읽을수록 이야기의 매력이 한 여행자의 생각을 깊게 각인시키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특히 일기 후반부에 이르면 약대 졸업 후 오래 약국을 운영했던 건강문제에 결부시켜 풍토병 치유까지 공부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생활 속의 건강을 실천하여 삶의 만병통치를 조제하는?(웃음) 작품입니다.
개인의 기억을 통해 사람의 소소한 삶에 공감을 일으키는 힐링의 작업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삶이란 끈질기게 살아본 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 작품의 출간을 기대해보기로 하지요... 수고들 하셨습니다. (박수)

<발문> 부창민 작가

낭만주의적 세계 인식의 일기체인 그의 여행을 담고 있는 작품은 “이미 한 봉우리에 도달한 자가 아니라 여전히 길 위에 선” 작가의 독백이라 할 수 있다.
지구별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삶의 여행자로서, 그의 의식의 흐름을 동행하며, 그가 고독한 파랑새임을 확인했다. ‘나는 내가 부럽다’에서 표방한 절대 이데아를 찾아 떠도는 한 인간으로 멀리, 높이 가보았다고 했다. 그곳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시도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해명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나는 내가 부럽다’ 주제는 나르시즘적이고 도발적이다. 밟고 다닌 80개국은 삼각함수의 사인·코사인으로 정의하고 에펠탑의 높이를 재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친다.
10년 동안의 그의 배낭 속에 갇힌 세월은 한 마리 파랑새가 배낭이란 새장에 갇혀 있는 인고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자신과의 대화로 삼단논법과 변증법적인 자신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피력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인(약사)이기도 하다. 그의 병렬식 인생 여정이었던 부단한 몸짓, 세계 여행을 객관적 시각의 르포타주 형식을 빌려 작품의 가치를 더한다.
작가의 기획의도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기대된다.

<감수> 서숙 작가

『나는 내가 부럽다』의 저자 박건은 말한다. “80개국의 땅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나의 발자취가 닿았던 그곳, 바람이고 구름이었고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일던 시간의 삶과 희망을 기록하려는 것이다.”
그는 무려 80개국의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그 나라들을 돌아다닌 여행기의 일부가 책으로 묶였다. 주유천하의 기록들이 앞으로도 쏟아져나올 것인데 그러면 그는 왜 이런 방랑의 삶을 택했을까. 그는 이를 “자유로운 영혼-가둬 놓으려 할수록 사랑과 여행은 큰 소망이 되곤 한다.”라고 설명한다.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그가 찾으려던, 붙잡으려던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책은 그 퍼즐을 풀기 위한 것이다.
나는 우선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를 떠올렸다.
이는 무릇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내적 욕구다. 정신적 측면에서 드러나는 코나투스는 지성 혹은 이성을 가능한 한 완성하여 더 나은 인식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고 바른 방식으로 자기보존의 노력을 실현하는 의지다.
이것은 니체에 이르러 이른바 ‘힘으로의 의지’로 나타났다. 그는 종래의 관습과 도덕률에 안주하는 것이야말로 퇴폐(데카당스 Decadence)라고 설파했다. 기존의 가치를 무너뜨리면 ‘힘으로의 의지’가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이를 들뢰즈의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에 연결시킬 수 있다. 노마드의 삶이란 주어진 코드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하지 않고 종래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 등에 얽매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유목민은 공간적 이동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가며 창조적인 행위에 바탕을 둔 삶을 사는 사람을 뜻하며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세상에 널리 퍼졌다.
저자 박건규는 노마드를 지향, 실천한다. 얽매임 없는 삶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런 과정이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그의 여행기에는 고민과 성찰의 모습이 사이사이 갈피를 이룬다.
그의 책은 세 가지를 담고 있다. 여행기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내면의 풍경이 씨줄날줄로 얽혀서 모자이크로 펼쳐진다. 기억과 추억, 감각과 느낌을 펼치는 문체는 아포리즘 적 단상인데 사실 내용은 상당히 직설적이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툭툭 던져놓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생생함을 선사한다.
여행은 인생을 폭넓게 흡수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며 적극적인 모색이 가능한 수단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여행다운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조건도 그렇거니와 무모한 열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일상에 매몰된 ‘익숙함에 대한 멀미, 탈출에의 욕구’가 어떤 변곡점을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여행하는 동안 제대로 보고 기억하고 엄습하는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글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부지런함 가운데 저자의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지향이 빛난다.
그는 세상을 넓게 보면서 내면을 돌아보고 그 가운데 자신을 객관화하려고 애쓴다.
외연과 내향이 두루 이루어지는 경지는 문학적 언어의 광휘에 힘입는다.
소설가 박경리가 말했다. “진실이 머문 강물 저 켠을 향해 한 치도 헤어 날 수 없는 허수아비의 언어, 그럼에도 언어에 사로잡혀 빠져 날 수 없는 것은 그것만이 강을 건널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통해 그의 여행은 더 완전해진다. 그 언어를 짊어지고 그는 다음 여행지로 향할 것이다.
세상에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 있고 사색의 늪에 잠기는 사람이 있다.
행동에는 사색의 깊이가 결여될 우려가 있고 책상물림의 사색은 공허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과 사색이 조화롭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이 어려운 과제를 이어갈 것을 축원한다. 그리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떤 이에게는 공감을 또는 어떤 이에게는 동경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은 특히 누구에게 어필할 것인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차마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들, 여행하는 동안 가슴 뿌듯하였으며 보람 가득 안고 돌아왔지만 정리가 안 되어 기억에서 지워지고 남는 것이 없어서 허망하다는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장착하여 자유여행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 될 것이다.

*표지글
- 참석범위 -
사회 : 부창민 수필, 평론가
A : 손상철 대한민국탐정학회 상임회장
B : 정호군 출입국사랑모임 사무총장
C : 김갑배 다문화사랑모임 업무국장
D : 정철근 한국행정법률연구원행정학박사
E : 김영규 법무법인 지현재 업무국장
F : 권희정 전국행정사협회국사모 상임이사
* 편집자註:daum에서 인물이나 책명을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좌담>
사회 : 우리가 사업을 함에 있어 큰 돈을 벌고 돈과 시간에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을 찾는다면 자신이 만든 상품이나 플랫폼을 만들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한 작가가 쓴 책이 작가의 부를 만들고, 뮤지션이 만든 음악 하나가 해당 뮤지션의 수억을 벌 수 있게 만들어주며, 돈과 시간에서의 자유를 꿈꾸는 작가가 탄생한다면 오늘 좌담은 시사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B :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 말하는 타이밍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건규 작가의 회심의 작품 ‘나는 내가 부럽다’는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타이밍을 이용한 베스트셀러의 탄생할 것인가에 관전 포인트인 것 같네요.

A : 먼저 박작가의 작품은 세계 80개국을 발로 걸었다는 물리적 개념과 그가 추구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가 휴머니스트라는 내밀한 철학을 깔고 있는데요.
그가 누빈 땅이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보폭이었다는 점에 정탐적인 의미를 부여 하고 싶습니다. 속된말로 그는 밀정 같은 일, 성경 출애굽에 등장하는 여호수아나 칼렘 같은 인물이 아닐까? 의미를 부여 하고 싶습니다.

C : 저는 박작가의 작품이 출간 후 그 반향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왜냐면 출판가의 속성을 짚어 보지 않고서는 좌담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베스트셀러도서의 조건이라 할까. 나아가 전략적 차원까지 논의해 보는 것이 작가나 작품으로 유익하지 않겠습니까.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워 외면받을 것처럼 보였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스티븐 호킹의 `짭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는 예상 밖으로 대성공을 거뒀지요, 지금은 고전으로 추앙받는 스탕달의 `적과 흑`, 스콧 피츠제럴드가 8만부 이상을 기대했던 `위대한 개츠비`의 처음 성적은 초라했었지요, 그러나 베스트셀러의 세계에는 예상을 뒤집는 일과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넘쳐 났지요.

사회 : 그러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의 조건이 되는가 부터 분석해 보지요.
첫 번째 문학적 가치는 필연적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베스트셀러를 정의하는 데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판매 부수뿐 아니라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 국경을 초월해 폭넓게 사랑을 받았는지 두루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죠, 가령,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나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당대에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고,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제7권은 전 세계 동시발매 첫날 1천100만부의 성적을 올린반면, `적과 흑`은 초판 발행부수가 750부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세계적 고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보는 두 번째 방향은 저자가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드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교수는 "저자는 기본적으로 작가 혼자서는 절대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하며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일관된 작법이나 대필자의 도움, 미디어나 영화산업의 영향, 검열·소송 등이 모두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도 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A : 그렇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나 쥘 베른의 뒤에는 대필자들의 존재가 숨어 있고,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저자가 건넨 원고를 빼돌린 발행인 펠트리넬리로 인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됐으며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검열과 소송으로 인해 열광적인 판매 붐이 일었던 역설도 있습니다.

B : 그러면 독자들은 왜 베스트셀러를 구입할까요.
인류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 15위까지 목록을 보면 종교 서적이 4권, 정치 관련 텍스트가 4권, 실용서나 교과서 2권, 소설이 5권입니다.
일반적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나 성공을 일궈내기 위해 책과 더불어 취향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책을 사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성을 빛낸 인물들이 발상의 근원을 밝혀서 장안에 화제가 된 책의 제목이‘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책이 출간된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E : 그렇습니다. 국내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베스트셀러는 고경호 저의 4개의 통장이라는 재테크 서적이죠. 이 책의 컨셉은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지금도 유행하는 짠돌이 재테크의 시초를 만들어낸 책이지요. 이 책이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 책이 출간된 타이밍에 있습니다. 책이 출간되기 바로 전인 2008년 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있었고 리먼 사태는 금융 투기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신자유주의 이념의 한계를 보여주었어요. 리먼 사태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 펀드 부동산을 활용해 큰돈을 벌어보려고 했다가 뼈아픈 손실을 겪거나, 주위 사람들이 피 같은 돈을 잃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주식, 펀드,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시점에서 4개의 통장이라는 책은 투기나 투기성에 가까운 방법으로 한 번에 한탕주의식으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통장을 활용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돈을 모으는 방법이라 일깨우며 일약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습니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에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며 그 타이밍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D : 같은 이유로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셀러로 덕혜옹주를 뽑을 수 있네요. 조선
의 마지막 왕이나 다름없는 고종 황제의 딸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망해가는 나라의 공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일본 대마도 도주의 아들과 정략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혼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의 생활은 불행했고, 하나뿐인 딸도 죽고 말았으며, 일본의 정신병원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겨우 우리나라로 돌아온 뒤, 1989년 76세 나이에 낙선재에서 쓸쓸히 돌아가셨지요. 덕혜옹주의 삶에는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귀한 신분에서 태어나 불행하게 죽었다는 컨셉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호소력이 매우 높았지요. 이 책이 출간 된 시기인 2009년 12월은 우리 국민에게 굉장히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된 IMF 사태로 나라 전체가 힘든 상황이었고,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개선되기는커녕 계속 심화되었지요.
여기에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연이은 부동산 버블 붕괴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켰습니다. 덕혜옹주는 이런 대중들의 마음에 호소력 있게 다가갔으며 독자들이 울고 싶을 때 울게 해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슬픔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기에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박 작가의 작품의 10년 동안 배낭에 묻어두었던 일기가 흙 속의 진주일지라도 세상에 나와 빛을 봐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독자의 몫이 되겠지요.

사회 :‘나는 내가 부럽다’를 정리해 보면, 작가의 여행일기의 모티브는 인간입니다. 80개국의 언어와 인간의 생활습관, 문화의 충격 등 두발로 밟고 다닌 땅은 인간의 상실과 고독. 관계의 꼬임과 파행. 인간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통해 자신을 마주보기하게 된거지요. 10여년 배낭속 일기는 이 작품의 탄생을 이끈 탯줄이 되기도 해요.
작가의 문학의 핵심 가치인‘상실로부터 탈출하기’는 매력적 요소로 충분합니다. 그가 나선 유랑의 길은 사회 체계의 도그마를 깨는 일탈이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입니다. 그의 표현대로 파랑새의 꿈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죠. 범인이 할 수 있는 파격적 행동을 보는 느낌은, 삶의 스릴러 구조를 인위적 연출하면서 세계라는 무대의 고독한 주인공을 자처한 실험극처럼 보입니다. 코로나로 행동의 침묵을 강요 당한 긴장의 시기. 배낭에 든 파랑새를 놓아줄 타이밍입니다.

F : 작가의 ‘나는 내가 부럽다’는 배낭 속에 두면 망각의 강물 속으로 녹아 사라질 것 같은 삶의 세부들. 그 세부에서 의미가 되어 반짝거리는 밀도 높은 감성이 현장감 있고 실체적 레벨의 범주 높은 작품입니다. 가령, 이 작품은 기사 형식의 현장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각 나라에서 처한 현장 체험을 통해 그들의 운명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기억의 힘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읽을수록 이야기의 매력이 한 여행자의 생각을 깊게 각인시키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특히 일기 후반부에 이르면 약대 졸업 후 오래 약국을 운영했던 건강문제에 결부시켜 풍토병 치유까지 공부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생활 속의 건강을 실천하여 삶의 만병통치를 조제하는?(웃음) 작품입니다.
개인의 기억을 통해 사람의 소소한 삶에 공감을 일으키는 힐링의 작업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삶이란 끈질기게 살아본 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 작품의 출간을 기대해보기로 하지요... 수고들 하셨습니다. (박수)

<발문> 부창민 작가

낭만주의적 세계 인식의 일기체인 그의 여행을 담고 있는 작품은 “이미 한 봉우리에 도달한 자가 아니라 여전히 길 위에 선” 작가의 독백이라 할 수 있다.
지구별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삶의 여행자로서, 그의 의식의 흐름을 동행하며, 그가 고독한 파랑새임을 확인했다. ‘나는 내가 부럽다’에서 표방한 절대 이데아를 찾아 떠도는 한 인간으로 멀리, 높이 가보았다고 했다. 그곳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시도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해명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나는 내가 부럽다’ 주제는 나르시즘적이고 도발적이다. 밟고 다닌 80개국은 삼각함수의 사인·코사인으로 정의하고 에펠탑의 높이를 재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친다.
10년 동안의 그의 배낭 속에 갇힌 세월은 한 마리 파랑새가 배낭이란 새장에 갇혀 있는 인고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자신과의 대화로 삼단논법과 변증법적인 자신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피력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인(약사)이기도 하다. 그의 병렬식 인생 여정이었던 부단한 몸짓, 세계 여행을 객관적 시각의 르포타주 형식을 빌려 작품의 가치를 더한다.
작가의 기획의도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기대된다.

<감수> 서숙 작가

『나는 내가 부럽다』의 저자 박건은 말한다. “80개국의 땅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나의 발자취가 닿았던 그곳, 바람이고 구름이었고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일던 시간의 삶과 희망을 기록하려는 것이다.”
그는 무려 80개국의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그 나라들을 돌아다닌 여행기의 일부가 책으로 묶였다. 주유천하의 기록들이 앞으로도 쏟아져나올 것인데 그러면 그는 왜 이런 방랑의 삶을 택했을까. 그는 이를 “자유로운 영혼-가둬 놓으려 할수록 사랑과 여행은 큰 소망이 되곤 한다.”라고 설명한다.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그가 찾으려던, 붙잡으려던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책은 그 퍼즐을 풀기 위한 것이다.
나는 우선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를 떠올렸다.
이는 무릇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내적 욕구다. 정신적 측면에서 드러나는 코나투스는 지성 혹은 이성을 가능한 한 완성하여 더 나은 인식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고 바른 방식으로 자기보존의 노력을 실현하는 의지다.
이것은 니체에 이르러 이른바 ‘힘으로의 의지’로 나타났다. 그는 종래의 관습과 도덕률에 안주하는 것이야말로 퇴폐(데카당스 Decadence)라고 설파했다. 기존의 가치를 무너뜨리면 ‘힘으로의 의지’가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이를 들뢰즈의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에 연결시킬 수 있다. 노마드의 삶이란 주어진 코드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하지 않고 종래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 등에 얽매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유목민은 공간적 이동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가며 창조적인 행위에 바탕을 둔 삶을 사는 사람을 뜻하며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세상에 널리 퍼졌다.
저자 박건규는 노마드를 지향, 실천한다. 얽매임 없는 삶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런 과정이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그의 여행기에는 고민과 성찰의 모습이 사이사이 갈피를 이룬다.
그의 책은 세 가지를 담고 있다. 여행기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내면의 풍경이 씨줄날줄로 얽혀서 모자이크로 펼쳐진다. 기억과 추억, 감각과 느낌을 펼치는 문체는 아포리즘 적 단상인데 사실 내용은 상당히 직설적이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툭툭 던져놓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생생함을 선사한다.
여행은 인생을 폭넓게 흡수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며 적극적인 모색이 가능한 수단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여행다운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조건도 그렇거니와 무모한 열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일상에 매몰된 ‘익숙함에 대한 멀미, 탈출에의 욕구’가 어떤 변곡점을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여행하는 동안 제대로 보고 기억하고 엄습하는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글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부지런함 가운데 저자의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지향이 빛난다.
그는 세상을 넓게 보면서 내면을 돌아보고 그 가운데 자신을 객관화하려고 애쓴다.
외연과 내향이 두루 이루어지는 경지는 문학적 언어의 광휘에 힘입는다.
소설가 박경리가 말했다. “진실이 머문 강물 저 켠을 향해 한 치도 헤어 날 수 없는 허수아비의 언어, 그럼에도 언어에 사로잡혀 빠져 날 수 없는 것은 그것만이 강을 건널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통해 그의 여행은 더 완전해진다. 그 언어를 짊어지고 그는 다음 여행지로 향할 것이다.
세상에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 있고 사색의 늪에 잠기는 사람이 있다.
행동에는 사색의 깊이가 결여될 우려가 있고 책상물림의 사색은 공허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과 사색이 조화롭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이 어려운 과제를 이어갈 것을 축원한다. 그리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떤 이에게는 공감을 또는 어떤 이에게는 동경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은 특히 누구에게 어필할 것인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차마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들, 여행하는 동안 가슴 뿌듯하였으며 보람 가득 안고 돌아왔지만 정리가 안 되어 기억에서 지워지고 남는 것이 없어서 허망하다는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장착하여 자유여행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 될 것이다.

*표지글

1.(표지의 앞면)

지구촌의 곳곳에는 처절한 가난으로 제 몸 하나 제대로 뉘일 곳 없는 수많은 눈망울들을 현장에서 대면한다.
단 한 사람도 타인의 삶을 구제하지 못한 무능함에 분노하며, 머리를 숙이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다. 나는 늘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고.
자신이 부러워야 한다고. 관찰자 시점으로, 지금 나는 내가 부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