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저격, 부창민 작가 (박성희 수필가)
그는 엄청난 필력, 박식함, 천재성으로 똘똘 뭉친 작가다.
여기저기 마구 휘두르는 글 갈기갈기마다 흘러넘치는 에너지와 카리스마, 그리고 날선 아우라.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순수와 파격, 선과 악, 유연과 날카로움, 모든 극과 극은 글 곳곳에서 난도질을 당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십수 년 전 다음 카페에서였다. 사정없이 올라오는 그의 글을 접하며 선뜻 사르트르가 상륙했는지 알았다. 그랬다. 그는 분명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같았다. 실천적 지식인이며 문학가이며 평론가. 부르주아적 생각을 버리고 영원한 실존이기를 바랐던 철학자. 나는 어느새 그의 보부아르처럼 지적교류 대상자가 되어있었다.
성경, 사랑,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한껏 자유롭게 버무린 이 책은 거침이 없이 거칠면서 부드럽고 강렬하다. 방대한 앎을 술술 열거해 주술사처럼 혼을 쏙 빼놓는다. 그래서 때로는 전율이, 아찔함이, 소름으로 자지러지기도 한다.
이 책속엔 또 철학, 역사, 정치, 과학은 물론 인생의 생로병사, 희로애락, 탐진치(탐욕, 분노, 어리석음)로 가득하다. 나는 읽는 내내 작가의 예리한 붓질과 칼질에 탄복한다.
과연, 내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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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창민 작가님이 주신 내 책 서평♡♡
< 마취 중인 작품에 메스 긋기 > (부창민 작가 글)
- 박성희 작가 -
앤서니 라빈스는 사람을 시각적, 청각적, 체각적 부류로 나누었다.
작가와 내가 체질적으로 닮았다면 체각적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영영 만날 일이 없을지는 모른다.
내가 그녀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전적 지식이나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해부한 것인데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일종의 자신감(나는 이를 객기라고 정의한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나는 매일 그의 《연지 아씨》와 《나에게 마법 걸기》라는 기이하고 충격적인 수필 장르를 접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전혀 고려함 없이 거의 독선적으로 수술대에 그녀의 ‘작품’을 눕히고 한 꺼풀, 한 껍질을 벗기고 무딘 메스로 그녀의 나신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평론 아닌 평론식 어투와 작가가 수필의 장르를 파괴했던 것처럼 나 역시 뒤질세라 따라가며 그녀의 거칠게 품어 내는 신음을 들어야 했다.
때론 야생마 같은 기성을 들었고. 눈물겨운 독백도 들었다. 외면할수 없는 그녀에 대한 열정에 스스로 놀라며 빠져들었다. 일종의 가차 없는 언어의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건 그녀의 e-mail’s feel이라고 한 것부터가 이런 상상을 가능케한다.
어찌되었거나, 나는 에필로그에 돌팔이 의사라는 이름으로 자기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토로한다. 이는 궁색한 변명을 하려는 구실이 되기도 하다. 나는 당초 그녀를 내 마음의 잣대라는 수술대에 그녀가 원하던 원치 않던 눕혀 마구 메스를 가했다. 그러곤 마취시간이 종료되었으므로 서둘러 해체된 몸체를 닫았다.
야생마처럼 날뛰는 그녀, 박성희라는 작가는 지금은 이상한 힘에 의해 잠복해 있을 뿐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정염의 시한폭탄이라고. 나는 고백한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고뇌 어린 듯한 나의 해체 작업은 비록 돌팔이 의술이었지만, 해부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었노라고. 이로서 윤재천 교수가 그녀의 젖무덤 같은 산등성을 올라 숲은 보았다면, 나는 그녀의 심연 깊숙한 곳을 샅샅이 뒤지는 잠수함이 되어 산호초 같은 그녀의 미세한 털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희열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숨이 차 수면 위로 부상치 않으면 영원히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잠수함만이 갖고 있는 기이한 공포로 수중작업을 포기했어야만 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게 되었다. (〈돌팔이 의사의 고백〉 중에서)
“아무 말도 없이 흔적조차 없이 넌 또 가네. 아무런 관심 없이 또 웃어 주기만 해. 저기 나 홀로 난 또 아주 멀리 나 돌이킬 수도 없을 만큼(Oh you can‘t tell me why. Oh no pleas don’t tell me why).
잊을 수가 없었던 따듯한 그 눈빛 속에 넌 잔인한 눈빛도 따듯한 그 소리에 잠 드네. 모든 나쁜 말도 너의 작은 입술로 날 지우려고 해. 저기 나 홀로 난 또 아주 멀리 나 돌이킬 수도 없을 만큼(Oh you can’t tell me why. Oh no pleas don’t tell me why).” 박 작가는 역시 순수보단 도발을 승부수로 던진 매력덩어리!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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