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나를 탐하다- 박성희 나무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입술과 목구멍을 통해 창자로 들어왔다. 나는 단지 나무만 취했는데,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저 살던 푸른 하늘과 숲과 샘을 가져왔고, 새와 청솔모와 도룡뇽도 데려왔다. 그래서, 지금 내 뱃속엔 그들도 함께 있다. 자연의 향기가 난다. 그들의 움직임도 느껴진다. 배가 더욱 탱탱 불러온다. 점점 임신한 여자처럼 되어가고, 녀석은 강물이 되어 내 몸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닌다. 그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소리가 난다. 처음 입안에 녀석의 액이 들어 왔을 때,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확 풍겼다. 테르펜이라는 항균 물질도 있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나무의 입김이었다. 그들을 흡입하는 동안 나는 벌써 심폐기능이 강화된 것 같고, 체내에 쌓였던..